우리의 결을 담아낸, 한입 다과와 음료 준비기
2부 손님들을 위한 식사 제공은 어느 정도 방향이 잡히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2부 예식은 오후 3시 30분에 시작하는 데다, 최소 1.5시간은 소요될 예정이었기에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다과 정도는 준비해야만 했다. 1부의 경우 출장뷔페에서 간단한 디저트와 음료가 함께 제공되었기 때문에 별도의 다과를 준비할 필요는 없었지만, 2부는 그와는 상황이 달랐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흔히들 야외 결혼식하면 떠올리는 ‘야외 스텐딩 셀프바’ 형태를 구상했다. 핑거푸드, 쿠키 같은 간단한 디저트류와 음료로 구성된 감각적인 테이블 말이다.
이런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케이터링 업체를 알아보니 최소 1인당 1.5만 원~2.5만 원에 별도 퀵비가 10~15만 원 이상은 했다. 세팅까지 맡기면 출장비 30~40만 원이 추가되는 구조였다.
게다가 야외 스텐딩바를 구성하려면 접시와 수저, 잔 등 식기류가 필요한데, 이 역시 업체에 따라 개당 약 3천 원 선에서 대여 가능했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일회용품을 사용해야 하는데, 우리는 평소 친환경적인 생활을 지향하고 낭비는 지양하는 편이었기에, 이 방식은 우리와는 맞지 않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한 손에 간편하게 들고 먹을 수 있는 다과’ 형태로 전환하게 되었지만, 이런 구성만 전문적으로 해주는 업체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기존에 도시락을 맡겼던 업체에도 문의해 보았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한 구성은 ‘팔라펠랩, 스콘, 과일’ 정도에 불과했다. 요거트를 추가하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친환경 포장용기로는 무리였다.
과일과 음료 또한 업체를 통해 제공할까도 고민했지만, 구성대비 가격이 높아 결국 마트에서 직접 구입해 준비하기로 했다.
긴 고민 끝에, 다과 메뉴 중 샌드위치만 도시락 업체에 주문하고 나머지는 우리가 직접 준비하기로 결정했다. 샌드위치는 업체에서 사전 시식도 해보았는데, 생각보다 크기가 작아서 가격 대비 양이 아쉽다는 인상은 있었지만 맛은 예상대로 이색적이고 괜찮았다.
- 팔라펠랩(하프사이즈/11cm) : 종이패키지 + 아이스박스 포장 = 4,000원/개
# 팔라펠랩 60개 = 24만 원
그렇게 다과의 구성은 아래와 같이 정해졌다.
배고픈 이를 위한 간단한 샌드위치류(팔라펠랩) 1개 : 업체 주문
간단한 요깃거리로 즐기기 좋은 과자류 4-5개 : 직접 준비
상큼한 과일류 2-3개 : 직접 준비
예식 한 달 전쯤 우리는 직접 대구 코스트코에 직접 방문해 다과용 대용량 간식들을 하나씩 담아보았다.
이 과정에서도 우리만의 나름의 선택 기준은 있었다.
흔한 한국과자보다는 이색적인 특별한 과자일 것
개별포장 되어 있는 것은 No
집어먹기 편하고 부스러기가 많이 나지 않을 것
음료는 이쁜 병에 든 탄산음료일 것
과일은 한 입에 간편하게 먹을 수 있을 것
특별한 날이니만큼 하객들께 조금 더 정성스럽고 의미 있는 간식을 대접하고 싶은 마음에, 가격이 더 높더라도 흔하지 않고 평이 좋은 외국산 과자 위주로 골랐다.
또한, 개별 포장된 제품은 당일 포장을 하나하나 다 뜯어 플레이팅 해야 하다보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쓰레기도 많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배제했다. 대신, 대용량 포장으로 되어 있는 제품을 우선적으로 선택했다.
# 과자 5종(시나몬크런치, 아몬드비스코티, 피넛버터프레첼, 감자칩, 나쵸) = 약 6만 원
음료는 처음엔 무알콜 하이볼을 염두에 두었지만, 코스트코에서 발견한 스파클링 애플주스가 예상외로 디자인도 이쁘고 가격도 합리적이어서 최종 선택하게 되었다. 다만, 병뚜껑이 있는 형태라 다소 번거로울 수 있겠다 싶었지만, 다행히 손으로 돌려따는 타입이라 크게 문제되진 않았다.
# 음료(스파클링 애플주스) 60개 = 약 10만 원
과일은 예식 2-3일 전 인터넷과 동네 마트에서 준비했다. 구성은 방울토마토(빨강)와 샤인머스켓(초록), 바나나(노랑) 였는데, 이 세 가지 과일의 색감 조합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 과일(샤인머스켓 4kg*2박스 + 방울토마토 2kg + 바나나 2송이) = 총 11.5만 원
다과의 구성이 완료되자, 이제는 그것들을 어디에 어떻게 세팅할지가 고민이었다.
처음엔 야외 주차장 쪽 빈 공간을 활용할 생각이었다. 입구 쪽에 위치한 데다 공간도 넉넉해 하객들이 자유롭게 드나들기에 적당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우리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것이 하나 있었다.
길고양이
우리 사랑스러운 길냥이들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만약 야외에 먹을거리를 놔둔다면 길냥이들이 펄쩍 뛰어올라가 사고를 칠 가능성이 충분했다.
그리하여, 야외가 아닌 실내에 두는 방안을 검토했고, 실내 중에서도 ‘부엌’이 가장 적합한 장소인 듯 했다. 부엌의 테이블 위에 다과와 음료를 세팅하고 부엌문만 잘 닫고 다닌다면 고양이들의 접근을 차단할 수는 있겠다고 판단했다.
다만 부엌 공간이 좁은 편이라 여러 사람이 오가기에 불편하지 않을까 우려되었지만, 예식 전 부엌 테이블을 벽 쪽으로 밀어붙여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면 크게 불편할 것 같진 않았다.
처음엔 다과를 도시락 형태로 구성된 박스에 종류별로 조금씩 담아둘까도 생각했지만, 자유로운 분위기의 결혼식에 맞게, 하객들이 원하는 간식을 자유롭게 골라 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셀프 픽업 방식’으로 결정했다.
이 방식을 위해 핑거푸드용 포장 박스를 찾던 중, 최종적으로 선택한 건 물결무늬의 크래프트지 종이박스였다. 딱 500ml 컵사이즈라 조금 더 큰 사이즈를 원하긴 했었는데, 직접 배송 온 것을 보니 앙증맞고 귀여웠다. 오히려 가볍게 들고 다니며 여러 번 담아 먹기에는 딱이었다.
# 다과용기(80개) = 7천 원
과자와 과일을 플레이팅 할 접시로는 길냥이들의 공격을 대비해 서랍형 수납장을 구입하려 했다.
그런데 어느날, 집 안을 둘러보던 중 우드박스와 라탄바구니가 눈에 들어왔다. 이걸 활용해서 여기에 종이 완충재나 천을 구겨 넣고 그 위에 다과를 담으면, 따로 무언가를 새로 구입할 필요도 없이, 오히려 자연스럽고 빈티지한 무드를 연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하여 자유롭고 여유로운 예식의 분위기와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다과 준비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섬세하게 챙겨야 할 작은 부분들이 많아 한동안 마음이 무거웠지만, 예식 당일 우리 손길로 정성껏 마련한 먹거리를 맛있게 즐기는 하객들의 환한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그 모든 고민이 한순간에 보상받는 듯 벅찬 기쁨이 가슴 깊이 스며들었다.
웨딩 비용
# 출장뷔페 식사대접비(1부) 3만 원 * 60인분 = 180만 원
# 막걸리(1부) 20병 = 3만 원
# 도시락(2부) 1.6만 원 * 60인분 = 96만 원
# 팔라펠랩(2부) 4천 원 * 60개 = 24만 원
# 과자 5종(시나몬크런치, 아몬드비스코티, 피넛버터프레첼, 감자칩, 나쵸 / 2부) = 약 6만 원
# 다과 용기(80개) = 7천 원
# 음료(스파클링 애플주스 / 2부) 60개 = 약 10만 원
# 과일(샤인머스켓 4kg*2박스 + 방울토마토 2kg + 바나나 2송이 / 2부) = 총 11.5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