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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슈즈에서 슈트까지, 실용의 미학

예물과 예단 대신, 우리답게 고른 선택들

by amy moong


제일 골칫덩어리였던 드레스를 드디어 고르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신부용 아이템은 바로 ‘웨딩슈즈’였다.



— 웨딩슈즈에 대한 현실적인 고찰


솔직히 말해, 우리가 남의 결혼식에서 신부의 구두를 유심히 들여다본 적이 얼마나 있을까?

드레스 자락에 가려 거의 보이지도 않는 웨딩슈즈에 큰돈을 들이는 것이 맞을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도 운동화를 신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에 일단 온라인에서 구두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처음 떠올린 건 부산 서면 지하상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난하고 익숙한 디자인의 1만 원짜리 기본 화이트 가보시힐이었다.


기본 심플한 디자인의 가보시힐


— ‘힐’이 아닌 ‘슬리퍼’로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굳이 꼭 ‘힐’이어야 할까?


어차피 드레스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고 무엇보다 야외에서 장시간 신고 있어야 한다면 예쁜 디자인보다는 ‘실용성’이 우선 아닐까?


그래서 방향을 바꿔 가보시 ‘슬리퍼’를 검색하기 시작했고, 결국 지그재그에서 10cm 굽의 가보시 슬리퍼를 3.4만 원에 구입했다. 키가 작다 보니 과감히 10cm를 선택했지만, 다행히 앞굽이 4cm나 되어 크게 부담되진 않았다. 만약 배우자와의 키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았다면 최대 4~5cm 굽으로 선택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사실 앞이 막힌 디자인을 원했는데, 끝내 마음에 드는 제품을 찾지 못해 오픈 슬리퍼로 사버렸지만 괜찮았다. 흰 양말을 신으면 감쪽 같았기에.


결국 사버린 10cm 굽 가보시 통굽슬리퍼


혹시 더 ‘웨딩슈즈스러운’ 무드를 원한다면, 리본이나 진주 같은 구두 장식을 따로 구입해 달아도 좋을 것 같다. 3천 원대의 소품만으로도 분위기가 달라지니까.


집게형 구두장식


지금 돌이켜봐도 가보시 슬리퍼를 선택한 건 현명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 서있어야 하고 타인의 시선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 나처럼 한결 편한 통굽 슬리퍼를 추천하고 싶다.


# 웨딩슈즈 = 3.4만 원



— 신랑 예복, 꼭 맞춰야 할까?


신부용 준비물을 다 마치고 나니, 이제는 배우자의 예식날 복장을 고민할 차례였다.


주변을 살펴보니 신부가 이른바 ‘예물’이라는 것을 받으면 그의 대가로 신랑의 예복을 신부 쪽에서 맞춰주는 경우가 흔했다. 하지만 우리는 예물이나 예단에 대한 개념 자체를 두지 않았기에, 신랑 예복을 ‘무조건’ 맞춰야 한다는 부담도 없었다.


다만 우리 둘 다, 삶에서 단 한 번뿐인 이 특별한 날을 위한 ‘옷 한 벌’은 원하고 있었다. 물론 드레스와 마찬가지로 비싼 옷을 고집하진 않았다. 배우자는 평소에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일하고 생활하는 사람이라, 앞으로 정장을 입을 일은 정말 극히 드물었기에 더 그랬다.



— 시골 결혼식에 어울리는,

단정하고 따뜻한 슈트 찾기


그래서 배우자도 나와 마찬가지로 온라인 쇼핑몰 위주로 정장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작은 시골마을 야외에서 진행되는 예식이었기에, 격식 있는 딱딱한 차림보다는 단정하되 정겹고 따뜻한 인상을 주는 스타일을 원했다.


우리가 서로 원했던 구체적인 스타일은 아래와 같다.

일반적인 검은색보다는 ‘아이보리, 베이지, 브라운’ 계열의 따뜻한 느낌의 색상일 것

딱딱해 보이는 딱 붙는 스타일보다는 여유로운 느낌의 ‘오버핏’ 스타일일 것

전체적으로 빈티지하면서 자유로운 분위기의 슈트일 것

봄/가을에 입기 좋은 두께일 것

평소에도 한 번씩 입을 수 있을만한 디자인일 것


(왼쪽부터) 수아레 - 트래드클럽 빈티지 - 커넥트킨록


이를 바탕으로 주로 무신사를 이용해 검색했고, 그 중 당시 괜찮다고 느꼈던 쇼핑몰은 아래와 같다.

수아레 : 10만 원대, 최종결정 상품

트래드클럽 빈티지 : 10만 원대, 빈티지스러우면서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괜찮음

커넥트킨록 : 10만 원대, 디자인은 괜찮았으나 선택 상품은 골덴 소재로 두꺼움


(왼쪽부터) 효지 - 에스티코


효지 : 10만 원대, 젊은 느낌의 디자인으로 가격도 저렴하나 선택 상품은 여름용으로 얇음

에스티코 : 30만 원대, 빈티지 느낌의 슈트 많음, 화면 색상과 달리 실제로 받아보니 그레이 색감이 올드한 느낌이 듦


(왼) 트래드클럽 빈티지 - (오) 수아레


당시 여러 브랜드를 둘러보다, 트래드클럽 빈티지 상품과의 고민 끝에 결국 수아레의 약 12만 원대 슈트를 선택했다.

조금 무게감 있는 ‘짙은 밤브라운 색상’은 가을 분위기와 잘 어울렸고, ‘잔잔한 체크 패턴’이 주는 전체적으로 따스하면서도 레트로한 무드가 시골에서 치러지는 결혼식을 연상케 했다.


바지가 다소 짧게 나온 디자인이라 한 치수 크게 주문했더니, 통이 조금 넉넉하긴 했지만 시골 감성과 묘하게 잘 어울려 합격! 다만 10월 초에 입기엔 약간 도톰한 편이었지만, 덥진 않을 정도여서 큰 문제는 없었다.


# 신랑 예복(수아레) = 11.7만 원



— 슈트를 완성하는 디테일


화이트 와이셔츠 - 보타이


슈트 안에 입을 와이셔츠와 보타이도 역시나 무신사에서 구입했다.

와이셔츠는 빳빳한 깃에 몸에 딱 맞는 전형적인 각 잡힌 디자인보다는, 적당히 여유 있고 부드러운 오버핏 디자인으로 골랐다. 보타이는 색상 선택이 고민이었는데, 결국 짙은 밤색 슈트와 조화를 이루는 잔잔한 패턴의 ‘딥와인 컬러’로 정했다.


# 와이셔츠(스파오) = 2.5만 원

# 보타이(에스티코) = 2만 원


옥스퍼드화


평소에 구두를 거의 신지 않는 사람이지만, 결혼식뿐 아니라 앞으로 있을 장례식이나 격식을 갖춰야 할 자리를 생각해 구두는 하나 마련하기로 했다.


이번에도 실용성을 우선으로 고려해, 무난하고 깔끔한 옥스포드화 스타일을 골랐고 역시 무신사에서 구입했다. 드레스업이 필요한 날에도, 일상 속에서도 활용할 수 있어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 정장구두(포스트맨) = 11만 원




필요한 것들 하나하나 직접 고르고 준비하는 과정은 꽤나 손이 많이 갔지만, 그만큼 우리 다운 결혼을 만들어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화려하진 않아도, 진심을 담아 고른 선택이기에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웨딩 비용

하객 식사대접비 : 331.2만 원


# 웨딩드레스+수선비 / 볼레로 / 베일 2 / 누드브라 = 총 약 17.5만 원

# 웨딩슈즈 = 3.4만 원

# 예복 / 와이셔츠 / 보타이 / 구두 = 약 27.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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