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에 한 번쯤, 망설임 끝에 선택한 가장 큰 사치
본식 당일 입을 옷과 신발을 모두 정하고 나니, 다음으로 정해야 할 것은 ‘헤어메이크업’이었다.
일반 예식장이라면 헤어메이크업이 패키지처럼 포함되어 있어 별다른 고민 없이 자연스럽게 진행되겠지만, 우리처럼 모든 과정을 셀프로 준비하는 결혼식에서는 이 역시 “할지 말지”부터 스스로 결정해야 했다.
음식
드레스 / 예복 / 슈즈
헤어메이크업 ***
웨딩반지
웨딩촬영
청첩장
부케 / 혼주 한복
일생에 단 한 번뿐인 소중한 결혼식날, 아마 여성이라면 이 날만큼은 평소보다 더 예뻐 보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 그러니 많은 예비 신부들이 예식을 앞두고 피부관리, 네일, 체형관리에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것이겠지. 물론 이 마음이 과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같은 여자로서 나 또한 그런 마음이 들어 고민을 했으니까.
처음에는 작은 결혼식이니만큼 “내가 직접 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오랫동안 고민했다.
하지만 기나긴 고민 끝에 그래도 결혼식이라는 특별한 하루에, 한 번쯤은 살면서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전문 헤어메이크업은 경험해 보자고 마음먹었다. 이 또한 내 인생에서 의미 있는 경험과 추억이 될 꺼라 여기면서 말이다.
우리 결혼식은 경북 예천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치러졌기에, 자연스레 ’ 출장메이크업‘을 불러야만 했다.
당일에 가까운 미용실을 방문할 수도 있었지만, 20여분 거리의 지역샵은 나와는 스타일이 맞지 않았다. 한두 푼 하는 서비스도 아닌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차라리 내가 직접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왕 돈 주고 하는 거라면 제대로 하자”— 는 마음으로 대구 지역 출장 메이크업 업체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예식을 약 두 달 앞두고 업체를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그게 꽤나 늦은 시점이었다는 걸 곧 알게 되었다. 특히 우리처럼 [성수기 중의 성수기 토요일 + 지방 출장]이라는 조합이라면, 더더욱 일찍 알아봤어야만 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대구 지역의 출장메이크업이 가능할만한 샵, 총 40곳에 문의를 보냈지만, 답변이 온 건 단 3곳. 일단 출장 자체를 진행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었고, 출장이 가능하더라도 이미 예약이 마감된 상태였다.
내가 알아봤던 당시, 출장 가능했던 대구샵 정보는 아래와 같다.
끌*브 : 신랑/신부 40만 원 + 출장비 25만 원 = 총 65만 원, 인스타 피드사진 느낌상 조금 올드한 느낌이 나서 3순위
초*물들이다 : 신부 30만 원 + 신랑 7만 원 + 출장비 33만 원 = 총 70만 원, 조금 키치 한 느낌이 나서 2순위
나*뷰티 : 신랑/신부 50만 원 + 출장비 10만 원 = 총 60만 원, 웨딩퍼스널컬러 클래스와 함께 진행하는 곳으로 맞춤형 웨딩헤어메이크업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1순위
그 세 곳 중 한 곳은 처음부터 ‘마음속 1순위’였기에, 직접 방문상담도 진행해 보았다.
그런데 예상과는 다르게, 내 스타일과는 맞지 않았다. 카카오톡 상담에서부터 살짝 까칠한 느낌을 받았는데, 직접 방문했을 때도 친절함을 느끼진 못했고, 내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질문했지만 그건 웨딩퍼스널컬러 수업에서만 알려줄 수 있다는 식의 다소 거리감 있는 응답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정에 없던 2순위 업체도 방문상담을 해보았다. 그런데 오히려 이곳이 나와 더 잘 맞는게 아닌가. 샵도 깔끔했고 원장님도 매우 친절하셨다. 특히 헬퍼 경험도 풍부한 분이셔서, 원한다면 당일 드레스 착용과 헬퍼까지도 도와주겠다고 하셨다.
신뢰가 갔고, 결국 이 업체로 헤어메이크업과 헬퍼까지 함께 신청하게 되었다.
처음엔 출장비가 30만 원 이상이라 부담스럽게 느껴졌지만, 상담을 통해 금액의 이유를 듣고 나니 오히려 신뢰가 갔다. 해당 원장님은 혹시나 당일 예상치 못한 변수에 대비하기 위해, 무조건 예식 전날 해당 지역에 미리 도착해 숙박까지 하며 준비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숙박비도 포함돼서 조금 비싼 거라고 말이다. 단순히 시간에 맞춰 오는 게 아니라, 모든 상황을 염두에 두고 움직인다는 점에서 오히려 그 비용이 납득되었고 믿음도 더 깊어졌다.
그렇게 원장님과 함께 예식당일 헤어메이크업을 대략적으로 그려보았다.
(내가) 원하는 이미지 : 내추럴하고 수수한 분위기, 물광/투명 메이크업, 단아/청순한 느낌, 소위 올드한 느낌의 진한 화장 X
(원장님 추천) 어울리는 이미지 : 귀엽고 사랑스러운 느낌, 하늘하늘한 소재 추천
헤어 : 로우 포니테일 + 로우번 중 당일 추천
1부 : 차분하고 단정한 느낌 + 2부 : 좀 더 자유로운 느낌
# 신랑신부 헤어메이크업 = 70만 원
해당 업체에서는 헬퍼 비용이 헤어메이크업과 함께했을 경우 4~5시간 기준 20만 원이었는데, 사실 필수사항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래 두가지 점 때문에 누군가 도와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다면 이왕 출장 부른 김에 같이 묶어서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 내가 입을 드레스가 코르셋 스타일이라는 점(입고 벗을 때 헬퍼가 있으면 좋음)
- 약 5시간 이상 진행되는 장시간 예식(수정메이크업 필요)이라는 점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잘한 선택이었다. 이건 당일 알게 된 부분인데, 해당 원장님께서는 헬퍼를 요청하면 신랑신부 핸드폰으로 식 중간중간 사진과 영상을 남겨주는 서비스까지 해주시는 게 아닌가. 이건 정말 예상 못한 핵이득이었다.
헬퍼 역할
1부 시작 전 : 헤어메이크업(식사 후 수정), 드레스 피팅
2부 전 휴식시간 : 메이크업 수정, 헤어변형
2부 진행 중간 : 드레스 변경
예식 중간 : 헤어메이크업 / 드레스 체크 + 핸드폰 스냅사진 / 영상 찍기
# 헬퍼 = 20만 원
처음에는 나와 배우자, 양가 어머님들, 새언니와 형님까지 총 6명의 헤어메이크업을 고려했다. 물론 이 또한 선택이고 필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린 먼 길 와주는 소중한 가족들에게 선물처럼 작은 정성을 전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출장 부른 김에 예천에서 다 같이 받으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지만, 상담을 통해 현실적인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를 알게 되었다. 신부만 약 2시간, 신랑 30분, 혼주 2인 1.5시간씩, 친지 2인 1시간씩 계산하면 최소 7-8시간, 출장인원이 2명이라고 해도 최소 4시간 이상은 소요되는 구조였다.
결국 나와 배우자는 출장으로 진행, 내 가족은 고향인 부산에서, 배우자 가족은 어머니만 예천 인근 미용실에서 당일 오전에 받기로 조율했다.
보통의 헤어메이크업 비용
신랑신부 : 40만 원대
혼주 : 15-20만 원대
친지 : 12-15만 원대
# 신부 측 가족 헤어메이크업(혼주/새언니) 34만 원(혼주/새언니 각 16만 원 + 8시 이전 추가금 2만 원, 2.5h 소요)
# 신랑 측 가족 헤어메이크업(혼주) 15만 원
결과적으로는 헤어메이크업과 헬퍼 모두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꽤 큰 지출이었고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지나고 보니 안 했더라면 분명 어딘가 아쉬움이 남았을 것 같다.
물론 꼭 해야 하는 건 아니다. 돈을 아끼고자 한다면 이 모든 과정은 과감히 생략하더라도 예식 자체에 큰 지장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겐 이 하루가, 그리고 이 경험이 너무나 특별했고 아직까지도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웨딩 비용
하객 식사대접비 : 331.2만 원
웨딩드레스, 예복, 슈즈 등 구입비 : 48.1만 원
# 신랑신부 헤어메이크업 + 헬퍼 = 90만 원
# 가족 헤어메이크업(혼주 2 / 친지 1) = 49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