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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촬영에도 ‘우리다움‘을 담다

장소부터 의상까지, 우리 방식대로 웨딩촬영 준비하기

by amy moong


예식을 위한 큰 준비들을 하나둘 마무리하고 나자, 마음 한편에서 계속 신경 쓰였던 것이 바로 ‘웨딩촬영’이었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배우자와, 사진 찍히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만난 덕분에, 단순한 기록으로 시작된 촬영 준비는 어느새 더 특별한 순간을 담고 싶은 욕심으로 이어졌다.

음식

드레스 / 양복 / 슈즈

헤어메이크업

웨딩반지

웨딩촬영 ***

청첩장

부케 / 혼주 한복



— 엉성하더라도 우리 다운 사진을 남기자


웨딩촬영에 대한 우리의 공통된 생각은 명확했다.


비싼 돈을 들여
남들과 똑같이 재미없게 찍어내는
딱딱한 실내 스튜디오 사진은 No


요즘엔 기본 스튜디오 촬영과 야외촬영, 심지어 제주 스냅까지 추가한다고 들었다. 그렇게 몇 백만 원을 들여 만들어낸 결과물은 우리 마음을 딱히 움직이진 못했다. 사진 자체는 고급스럽고 예뻐도, 어딘가 영혼이 빠진 느낌이었달까?

게다가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있다고 한들 예식이 두 달 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라 그런 인기 사진작가들의 예약은 이미 마감된 상태였고, 설사 가능하더라도 선뜻 그만큼의 돈을 지불하기엔 부담이 컸다. 또 주변의 웨딩촬영 후기를 들어보면 하루 온종일 수백 수천 컷을 찍고도 정작 받는 보정본은 한정적이고, 그마저도 지나치게 인위적으로 보정되어 본래의 수수한 느낌이 사라지기 일쑤였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조금 엉성하더라도 직접 찍고, 직접 보정하며, 우리다운 사진을 남기는 것이 더 의미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린 그저 둘만의 색깔이 담긴, 자유와 여유 그리고 낭만이 묻어나는 그런 따뜻한 사진— 단 몇 장이면 충분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마침 사진 찍는 걸 즐기는 예천의 지인이 도움을 주기로 하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셀프 + 지인 촬영]의 방식으로 방향을 정하게 되었다.



— 추억과 의미가 깃든 촬영 장소


보통은 실내 스튜디오와 야외를 병행하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건 실내냐 야외냐가 아니라 어디가 되었든 ’우리의 추억이 담겨 있느냐 없느냐‘ 였다.


우리가 함께 해온 한옥숙소

첫 번째 장소는 우리의 예식장소이자 배우자의 일터인 한옥 숙소였다. 별도 스튜디오를 대여할 필요도 없이, 이곳만으로 이미 충분했다. 바깥의 풍경과 내부 침실 공간이 우리의 추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숙소 외부 풍경
숙소 내부 풍경


지인이 추천한 한적한 자연의 풍경 어딘가

두 번째 장소는 예천 선몽대 근처, 사진을 찍어주기로 한 지인이 추천한 사람 드문 어느 한적한 자연 공간이었다. 촬영 일주일 전 직접 답사를 가보니, 이름 모를 수풀과 그 앞으로 흐르는 물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몽환적이면서도 조용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예천 선몽대 근처 어딘가쯤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시골길

마지막 장소는 우리의 아지트 같은 곳, 집 근처 시골길이었다. 정겨운 기찻길과 논길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언제나 아름다운 곳인데, 특히 해 질 녘 붉게 물드는 하늘과 함께라면 이곳보다 낭만적인 곳은 없었다.


집 근처 시골길


— 날씨와 빛을 따라 정한 이틀간의 여정


조금 늦은 감은 있었지만, 너무 뜨거운 8월의 무더위는 피하고 싶었기에 예식 한 달 전인 9월 초로 촬영을 계획했다. 너무 더운 날씨는 사진작가도, 우리도 금세 지쳐버리기에 감정이 깃든 기분 좋은 사진을 담기엔 무리가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촬영 시간대는 처음엔 ‘햇살 좋은 한낮’이 정답일 거라 생각했지만, 곧 문득 그런 빛보다는 아침 햇살과 노을빛이 훨씬 더 로맨틱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동쪽에 자리한 숙소는 일출 맛집답게 아침빛이 유난히 아름다웠고, 반대로 시골길은 노을 맛집답게 저녁빛이 황홀한 곳이었다.


그렇게 촬영은 9월 초 이틀에 나누어 진행하기로 했다.

1일 차 : 일출 직후 한옥 숙소에서 촬영

2일 차 : 오후 4시경, 선몽대 근처에서 간단히 촬영 후 오후 5시부터 해 질 녘 시골길&기찻길에서 마무리 촬영


이 모든건 햇살을 따라 움직이는, 자연의 빛으로 채워진 스케줄이었다.



— 촬영의상도 편하게, 소박하게, 우리답게


그럼 이제 촬영 때 입을 옷도 골라야 했다.


우린 각자 세 가지 종류의 옷을 생각했다.

본식용 드레스(신부) / 셔츠&정장(신랑) : 한옥 숙소 바깥에서 정적인 분위기 촬영용

캐주얼 화이트 티셔츠&청바지(신랑신부) 혹은 끈원피스(신부) : 한옥 숙소 실내에서 캐주얼한 분위기 촬영용

화이트 원피스(신부) / 캐주얼 셔츠(신랑) : 선몽대 근처, 시골길에서 자유로운 분위기 촬영용


신부용 화이트원피스(왼) / 신랑용 린넨셔츠(오)


보통 실내 스튜디오 촬영은 여러 벌의 드레스를 갈아입으며 촬영하고 야외용 드레스는 따로 마련하곤 한다.

하지만 우리는 본식용으로 구입한 옷들을 그대로 활용했다. 여기에 평소에도 입을 만한 화이트 원피스와 캐주얼 셔츠를 하나씩 추가로 구입했다. 나머지는 평소에 즐겨 입던 화이트 티셔츠와 끈원피스를 활용했다. 옷은 나는 지그재그에서, 배우자는 무신사에서 구매했는데, 모두 부담 없는 가격대였다.


# 화이트 원피스(브이루아) = 3.9만 원

# 리넨셔츠(수아레) = 3.3만 원


조화 2 / 헤어핀
넥타이 / 뿔테안경 / 멜빵


촬영 소품은 테무와 지그재그에서 저렴하게 준비했다. 조화부케(화이트톤/핑크톤)는 생각보다 예뻐서 촬영용으로 딱이었고 이후 본식 때는 혼주 의자 장식으로도 활용했다. 그 외에 넥타이, 멜빵, 뿔테안경, 헤어핀 같은 작은 아이템들이 더해졌다.


# 조화부케 = 화이트 5천 원 / 핑크 7천 원

# 헤어핀(안나 앤 로즈) = 1.4만 원

# 넥타이 = 4천 원

# 뿔테안경 = 2천 원

# 멜빵 = 4천 원



— ‘우리만의 색’이 담긴 사진을 위해


우리가 바라던 사진은, 누가 봐도 ‘우리답다’고 말할 수 있는 자연스러우면서 따뜻하고 수수한 분위기의 사진이었다. 딱딱하고 경직된 포즈의 사진보다는, 자연스럽게 움직이며 감정을 담아낸 사진을 원했다.


그렇게 여러 인스타그램에서 웨딩사진, 커플스냅사진들을 참고해 레퍼런스를 모았는데, 역시나 마음이 가는 사진은 조금은 더 역동적이고 자유로운 포즈와 표정이 담긴 것들이었다.


한옥 숙소 촬영

자연스러운 밀착

* 출처 : 인스타 @love_and_cheesecake_
* 출처 : 인스타 @ourspring_moon


소품활용(카메라, 안경)

* 출처 : 핀터레스트(왼) / 인스타 @camengzzi(오)


춤추기

* 출처 : 핀터레스트(왼) / 인스타 @camengzzi(오)


야외(선몽대, 시골길/기찻길) 촬영

걷기

* 출처 : 인스타 @onsoo_film(왼) / @your.ether(오)


걷다가 뒤돌아보기

*출처 : 인스타 @camengzzi(왼) / 핀터레스트(오)


달리기

*출처 : 인스타 @veilde_studio(왼) / @onsoo_film(오)


달려와서 안기기(세 컷 사진)

*출처 : 인스타 @camengzzi


소품활용(자전거, 핸드폰)

출처 : 인스타 @onsoo_film(왼) / camengzzi(오)




이러한 준비와 계획 아래, 우리의 웨딩촬영은 생각보다 훨씬 더 열정적으로, 그리고 즐겁게 진행되었다.

누구보다 ‘우리다움’을 잘 아는 사람들과 함께였기에, 몸은 조금 힘들었지만 마음은 따뜻했던 그 시간이 사진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웨딩 비용

하객 식사대접비 : 331.2만 원

웨딩드레스, 예복, 슈즈 등 구입비 : 48.1만 원

헤어메이크업(신랑신부/가족)+헬퍼 : 139만 원

웨딩반지(신랑신부) : 165만 원


# 웨딩촬영 의상 = 7.2만 원

# 웨딩촬영 소품 = 3.6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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