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이야기가 담긴, 가장 소중한 한 장
예식을 한 달 앞둔 어느 날, 마침내 웨딩촬영까지 마무리한 우리는 자연스레 다음 준비로 발걸음을 옮겼다. 바로, 결혼 소식을 알릴 ‘청첩장’을 만들 차례!
음식
드레스 / 양복 / 슈즈
헤어메이크업
웨딩반지
웨딩촬영
청첩장 ***
부케 / 혼주한복
역시나 우리에겐 흔한 모바일 청첩장은 와닿지 않았다.
지금껏 받아본 수많은 모바일 청첩장은 대부분 비슷비슷했고 딱딱한 틀 안에 갇힌 듯한 형식적인 느낌이 강해 전혀 흥미롭지 않았다. 정해진 카테고리, 정해진 글 내용, 정해진 사진 수 속에 우리의 마음을 담는다는 건, 어딘가 모르게 부족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만의 색깔을 담은 청첩장을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우리가 생각한 청첩장은 아주 간결했다.
꼭 필요한 정보만을 담은, 엽서같은 앞/뒷면 단 한 장 짜리
모바일 청첩장은 이 두 장의 사진파일만 따로 전송
별도로 다양한 웨딩 사진을 담은 갤러리 형식의 온라인 웨딩 사진첩 공유
두 사람의 색깔이 담긴 개성 있는 청첩장 디자인
축의금 없는 결혼식을 위한 계좌링크 첨부하지 않기
먼저 레퍼런스로 인스타그램에서 우리가 선호하는 분위기의 청첩장들을 살펴봤다. 역시나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레이아웃에 둘의 사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구성에 가장 눈길이 갔다.
사진보정과 마찬가지로, 청첩장 제작 역시 배우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맡아 진행했다. 예식을 1부와 2부로 나누어 진행하는 만큼, 청첩장 또한 각각의 분위기와 컨셉에 맞춰 다르게 디자인하려 했다.
여러 레퍼런스를 참고해 정한 전체적인 방향은 이랬다.
우리가 주인공이 되는
하나의 영화 포스터를 만드는 것
그리고 함께 촬영한 웨딩 사진들은 따로 Notion을 활용해 웨딩앨범처럼 구성해 공유하기로 했다.
예식 타이틀
1부는 어르신들을 위한 일반 예식의 형태이기에, 보다 고전적이고 예스러운 감성과 언어를 담고 싶었다.
- 그래서 ‘웨딩’이라는 말 대신 ’혼례‘라는 단어와
- 황금들판에서 예식이 진행된다는 의미를 담아 ‘황금’이라는 단어를 결합하여 [황금혼례]라고 타이틀을 정했다.
반면 2부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예식이기에,
- 1부와는 달리 자유롭고 세련된 분위기와 어울리도록 ‘웨딩’이라는 단어와
- 공연 위주로 진행되는 예식과 어울리는 ‘쇼’라는 단어를 결합하여 [웨딩쇼(Wedding show)]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이름만으로도 어떤 분위기의 예식인지 그려지도록 말이다.
공통의 부제
각각의 타이틀 아래 우리의 결혼식을 표현한 공통 부제를 짧게 하나 덧붙였다.
— 황금들녘에서 펼쳐지는 작은 결혼식
이 문장 하나에 우리의 장소, 규모, 분위기를 모두 담아내고 싶었다.
대표사진
청첩장에는 각각의 예식 분위기를 가장 잘 드러내는 사진을 사용했다.
- 1부는 ‘황금혼례’와 어울리는, 노랗게 물든 들판을 배경으로 한 따뜻하고 정적인 사진으로,
- 2부는 ‘웨딩쇼’에 맞게, 역동적인 동작이 돋보이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사진으로 꾸며보았다.
사진은 단순한 이미지를 넘어, 보는 순간 예식의 온도와 공기가 그대로 전해지기를 바랐다.
청첩장 앞장
청첩장의 앞면에는 오직 다섯 가지 정보만 담았다.
예식 타이틀
부제
신랑신부 이름(부모님 성함 제외)
예식장소
예식시간
글꼴과 배치도 사진에 따라 달리 꾸며봤다.
- 1부는 정갈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명조체를 사용했고 세로정렬로 고전적인 느낌을 더한 반면,
- 2부는 자유롭고 경쾌한 느낌을 위해 영문 손글씨체를 선택해 사선방향으로 정렬했다.
청첩장 뒷장
뒷면에는 보다 구체적인 정보들을 조화롭고도 세세하게 담아냈다.
신랑신부 이름(부모님 성함 제외)
결혼식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담은 짧은 한 문장(직접 작성)
축의금 없는 결혼식에 대한 안내
예식 타임테이블
예식장 지도 및 주차방법
특히 지도와 주차 안내는 시각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글보다는 이미지로 제작했다. 손님들이 오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세심하게 신경쓴 부분이었다.
청첩장과 함께 공유한 Notion 웨딩 앨범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앨범 안에는 다양한 웨딩 사진을 보기 좋게 정리해 두었고, 간략한 예식 정보와 축의금 없는 예식에 대한 우리의 생각도 진솔하게 덧붙였다.
무엇보다 사진이 작게만 보이던 기존 모바일 청첩장과는 달리, 한눈에 시원하게 펼쳐지는 다양한 사진들을 볼 수 있어 좋았다며 ‘참신하다’, ‘정성이 느껴진다’는 반응이 많아 뿌듯했다.
완성된 청첩장은 인쇄소에서 앞뒤 양면으로 인쇄해 초대 손님들에게 직접 나눠드리기도 하고 본식 당일에도 비치해 기념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처음엔 ‘스냅스’라는 사이트에서 인쇄했지만 품질이 만족스럽지 않았고 양면인쇄가 되진 않아, 결국 인쇄소에 다시 의뢰했다. 인쇄소 버전은 색감은 더 나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아쉬움은 있었다.
# 청첩장 인쇄비(양면) = 1만 원
청첩장의 퀄리티보다 더 중요한 건, 우리의 손으로 직접 다 만들어냈다는 사실이었다.
함께 아이디어를 나누고 디자인을 조율하고 구성 하나하나에 담긴 고민들을 최대한 반영하여 만든 청첩장이다 보니, 우리에겐 참 의미가 크다. 비록 사진 있는 종이 한 장에 불과할지 몰라도, 우리의 결혼을 상징하는 작지만 단단한 보물처럼, 지금도 우리 거실 선반 한편에서 조용히 빛나고 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을 스스로 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도, 정성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AI와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잘 발달되어 있어서, 조금만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둘만의 청첩장을 만드는 일 정도는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가치 있는 작업이라 생각한다. 굳이 실물 청첩장이 필요하지 않다면, Notion이나 간단한 툴을 활용하여 예식 정보와 사진 몇 장만 담아 공유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그렇게 완성된 하나의 청첩장은
그저 누군가에게 건네는 종이를 넘어,
두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
첫 번째 작품이 될 수 있을 테니까.
웨딩 비용
하객 식사대접비 : 331.2만 원
웨딩드레스, 예복, 슈즈 등 구입비 : 48.1만 원
헤어메이크업(신랑신부/가족) + 헬퍼 : 139만 원
웨딩반지(신랑신부) : 165만 원
웨딩촬영비 : 40.8만 원
# 청첩장인쇄비 = 1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