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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지 않을 선택들 : 대여한복과 조화부케

형식보다는 취향과 실용으로 완성한 아름다움

by amy moong


예식 준비의 대부분을 마무리한 후, 남은 것은 본식용 ‘부케’와 혼주어머님들의 ‘한복’이었다.


음식

드레스 / 양복 / 슈즈

헤어메이크업

웨딩반지

웨딩촬영

청첩장

부케 / 혼주 한복 ***



— 전통의 옷자락, 꼭 입어야 할까


혼주 한복은 전통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꼭 입어야 할 필수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족들과 충분히 논의하고 부모님께서만 편안하시다면, 굳이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고 여긴다.


우리는 새언니와 형님은 제외하고 양가 어머니 두 분만 한복을 입기로 결정했다.

다행히 어머니는 과거 오빠의 결혼식 때 맞춰둔 한복이 있었고, 이번에는 저고리만 은은한 분홍빛으로 대여했다. 처음엔 ‘굳이 저고리를 빌려야 할까’— 고민도 했지만, 보통 위아래 각각 10~20만 원 선이라 부담이 크진 않아서, 어머니의 마음이 편하신 쪽으로 결정했다.


신부측 혼주어머니 예전 한복(왼) / 대여 한복 저고리(오)


배우자 어머니께서는 기존 한복은 없으셔서 전체를 대여하셨고, 저고리는 푸른빛으로, 치마는 어머니 한복과 비슷한 짙은 카키색으로 조화롭게 맞추셨다.


신랑측 혼주어머님 대여한복


만약 부모님께서 꼭 한복을 입고 싶어 하신다면, 구입보다는 ‘대여’를 추천한다. 오래도록 보관해도 입을 일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하루의 기쁨을 위한 선택으로는 대여가 가장 현실적이니까 말이다.


# 신부 측 혼주 대여한복(위) = 10만 원

# 신랑 측 혼주 대여한복(위/아래) = 35만 원



— 시들지 않는 꽃의 특별한 아름다움


사실 부케는 예식 2주 전까지도 고민했던 항목이었다.

내 마음 한켠에는, 동네 들판에 무심히 피어난 야생화 몇 송이를 꺾어다가 만든 부케를 손에 쥐고 싶다는 낭만적인 바람도 있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화는 금방 시들어버려 미리 준비할 수는 없었고 예식 당일 아침에는 직접 꽃을 구하러 다닐 여유가 없었다.


대안은 결국 미리 준비된 부케였고, ‘역시 본식은 생화지!’— 라는 고정관념이 슬며시 마음을 흔들기도 했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조화를 선택했다.


그 결정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예천 지역 내 생화 부케 제작이 가능한 플라워샵은 단 한 곳, 기본 비용은 부케+부토니아 20만 원~(코사지 1만 원~)으로 저렴하진 않음

생화는 예식이 끝난 후 곧 시들어버려, 아름다움을 오래 간직하기 어려움

하객의 시선에서는 생화인지 조화인지 쉽게 구분되지 않음

요즘의 조화는 퀄리티가 매우 우수함

일반 예식과 다르게 부케 던지기 순서는 진행하지 않음


만약 ‘부케 타임’을 예정하고 있었다면, 부케를 받는 친구에게 건네는 하나의 선물처럼 ‘생화’ 부케를 준비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린 그런 이벤트보다는 다른 순서에 더 집중했기에, 조화로도 충분했다.



— ‘조화 부케’라는 현명한 대안을 찾아서


나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마음에 드는 조화 부케 업체를 찾았고, 내가 찾아본 조화 업체 몇 곳의 대략적인 금액은 아래와 같았다.

베리플*르 : 부케+부토니아(스몰사이즈 4만 원대 / 중간 사이즈 5만 원대), 코사지 6천 원/개, 헤어피스 1.4만 원~(부케 구입 시)

슈*그린 : 부케+부토니아(일반사이즈) 6-7만 원대, 코사지 5-6천 원, 헤어피스 1.5만 원(부케 구입 시)

floo*e : 부케(미니사이즈) 4만 원대, 부토니아&코사지 각 9천 원, 헤어핀 1.5만 원(부케 구입 시)


이를 토대로 파악한 부토니아 포함 평균적인 가격대이다.

미니사이즈 : 약 4만 원대

스몰사이즈 : 5만 원대

중간사이즈 : 6만 원대

혼주 코사지 : 개당 5-6천 원대

조화의 종류에 따라 실제 가격과 퀄리티는 다름



— 내 취향을 담은, 조화 삼총사


나는 최종적으로 ‘베리플*르’라는 업체에서 아래와 같이 부케를 주문했다.

스몰 사이즈일 것(15~20cm)

제 이미지와 맞게 전체적으로 동글동글 몽글몽글한 느낌일 것

화이트 베이스 + 분홍빛 한 스푼 + 약간의 그린 잎사귀일 것

쨍한 색감보다는 파스텔톤의 은은한 색감일 것

큰 꽃잎보다는 작은 꽃잎 위주로 꾸며질 것(큰 꽃잎은 포인트로 1-2개)


내가 원했던 부케 스타일


9월 말에 주문해서 10월 초에 수령했으니 제작 기간은 약 2주 정도 걸렸다. 출고 당일에는 완성된 사진을 먼저 받아볼 수 있었고, 그때 마지막으로 원하는 부분을 수정할 수 있었다.


첫완성 부케(왼) / 수정후(오)


초기 디자인은 삐죽삐죽 감각적인 스타일이었지만 나와는 이미지가 어울리지 않아, 조금 더 둥글고 부드러운 실루엣으로 수정 요청드렸다.


첫 완성 부토니아(왼) / 수정후(오)


부토니아 역시 부케에 들어간 꽃을 기반으로 제작되었는데, 처음 디자인에 있던 크고 화려한 핑크빛 꽃 대신, 작은 핑크빛 꽃으로 좀 더 소박하게 수정해 달라고 부탁드렸다.


# 부케+부토니아 = 3.8만 원


베일과 함께 할 헤어장식도 많은 고민 끝에 정했다. 흔히 떠오르는 왕관 형태는 내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고, 다음의 기준을 세워 선택했다.

자연스러운 플라워 스타일일 것

스스로 쉽게 착용할 수 있는 헤어핀 형식일 것

생화 헤어장식


생화로 만들면 아름다움은 극대화 되었겠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았고 유지도 어려웠기에, 이 또한 부케와 같은 조화로 결정했다.

부케와 동일한 업체에 동일한 컬러 톤과 디자인으로 요청드렸고, 머리핀 형식으로 변경하여 머리에 안정감 있게 고정되도록 했다.


원했던 헤어피스 디자인
완성된 헤어피스


헤어피스는 글루 작업이 들어가기 때문에 출고 당일 수정은 어려웠지만, 사전에 소통이 원활했던 덕분인지 결과물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다만 실제로 받아보니, 생각보다 크기가 다소 큰 편이긴 했다. 그래도 내 분위기와 예식 의상에 잘 어울려, 오히려 포인트가 되었던 것 같다.


# 헤어피스 = 1.4만 원


마지막으로 혼주 코사지와 장갑은 크게 신경 쓰진 않기로 했다. 이 부분은 테무(Temu)에서 저렴한 제품으로 간단히 준비했는데, 코사지 한 개당 2천 원 대로 꽤 괜찮은 퀄리티를 경험할 수 있었다.


양가 어머니용 장갑 / 코사지(혼주+사회자)

# 코사지 6개 = 1.5만 원

# 장갑 2쌍(혼주용) = 2천 원




조화 제품들을 실제로 받아본 후, 가격 대비 만족도는 기대 이상이었다. 예식 당일의 소중한 순간을 담아내기엔, 굳이 생화가 아니어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물론 예산을 더 아끼고자 했다면, 웨딩 촬영 때 사용했던 테무 조화 부케를 재활용해도 무방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본식은 내 생애 단 한 번뿐인 날이기에, 새롭게 맞춤 제작한 부케는 그만큼의 가치가 있었고 조화라는 선택이 결코 아쉬움으로 남지 않았다. 대신 코사지는 여전히 테무 같은 플랫폼에서 실속 있게 준비하는 걸 추천하지만 말이다.


웨딩 비용

하객 식사대접비 : 331.2만 원

웨딩드레스, 예복, 슈즈 등 구입비 : 48.1만 원

헤어메이크업(신랑신부/가족)+헬퍼 : 139만 원

웨딩반지(신랑신부) : 165만 원

웨딩촬영비 : 40.8만 원

청첩장 제작비 : 1만 원


# 혼주한복 대여비 = 45만 원

# 부케/부토니아/헤어피스(택배비 포함) = 총 5.5만 원

# 코사지/장갑 = 1.7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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