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장소에서 우리만의 색을 담다
드디어 9월 초, 설레던 첫 웨딩촬영이 시작되었다.
작년에는 10월까지도 무더위가 이어졌던 터라, 9월 초에도 여전히 햇살이 뜨겁긴 했지만 계획했던 대로 그나마 덜 무더운 시간대를 택해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찾은 장소는 우리에겐 큰 의미가 있는 배우자의 한옥 숙소였다.
그날은 아침 햇살이 드리우는 풍경을 담기 위해 어마어마한 열정을 가지고 새벽 5시 반에 기상, 6시 무렵 숙소로 향했다.
한옥의 단정하고 고요한 분위기에 어울리도록, 나는 본식 드레스에 베일을 쓰고 손에는 조화 부케를 들었고, 배우자는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 입었다. 실내 촬영에서는 좀 더 캐주얼한 분위기를 살려, 나는 평소 즐겨 입던 화이트 끈나시 원피스를, 배우자는 뿔테안경과 멜빵, 흰 셔츠 차림으로 자연스러움을 더했다.
해가 천천히 떠오르자 공간을 물들이는 아침 햇살은 역시나 황홀했고, 찬란한 빛을 배경으로 촬영한 사진 한 장 한 장이 모두 빛을 머금은 듯 아름다웠다.
해가 완전히 다 뜨고 난 후까지 약 2시간가량 진행된 촬영 동안(바깥 1시간 / 실내 1시간) 표정과 포즈를 잡는 게 생각보다 꽤 어려웠다. 레퍼런스 사진을 참고해 서로를 바라보기도 하고 춤을 추기도 하고 돗자리 위에 앉아보기도 했다. 특히 춤추는 장면은 사진 속에선 무척 낭만적으로 보였지만 실제로는 동작을 자연스럽게 연출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렇게 몸은 로봇처럼 뻣뻣하고 표정은 어색했지만, 그 모든 순간이 우리에겐 즐겁고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다.
아침햇살이 잘 드는 장소에서의 촬영을 계획하고 있다면, 우리처럼 아침 촬영을 강력 추천하고 싶다.
단, 해가 완전히 다 뜬 뒤에는 오히려 강한 햇빛으로 인해 얼굴에 그림자가 지거나 눈을 제대로 뜨기 어려워 예쁘게 담기 어려운 경우도 있으니, 해가 막 떠오르고 난 직후를 잘 노려보길 바란다. 물론 이 모든 건 아침 일찍 일어나는 열정 정도는 전제되어야 가능하다는 점, 잊지 말기를.
한옥숙소에서의 촬영을 마치고 일주일 후, 우리는 야외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이 날은 좀 더 캐주얼한 컨셉으로 나는 화이트 원피스에 부츠를, 머리엔 역시나 베일을, 손에는 조화 부케를 들었다. 배우자는 오트밀 리넨 셔츠에 청바지를 입었고 목에는 밤색 넥타이를 맸다.
먼저 지인이 추천해 준 예천 선몽대 근처에 오후 4시 30분쯤 도착했는데, 이게 웬걸… 하필이면 며칠 전 벌초를 한 것일까? 불과 일주일 전 사전답사를 왔을 때만 해도 수풀이 울창하고 주변에 흐르는 물까지 더해져 마치 한 폭의 풍경화 같았던 곳인데, 아쉽게도 풍경이 휑하니 달라져 있었다. 순식간에 실망한 우리는 곧바로 마지막 장소로 발길을 옮겼다.
이곳은 우리가 평소 자전거를 타며 로맨틱한 일몰을 즐기던 시골길로, 바로 옆에 레트로한 기찻길까지 함께 있어 참 많이 아끼는 공간이다. 사실 그저 평범한 시골길일지도 모르지만, 우리에겐 특별한 기억이 가득한 장소였다.
이곳에서 우린 해 질 녘 1시간 반 가량, 달리고 또 달렸다.
사진을 역동적이고 자연스럽게 담아내기 위해 실제로 많이 걷고 뛰고 안고를 반복했는데, 이 또한 정말 쉽지 않았다. 사진 속에선 가볍고 유연해 보였던 동작들이 실제로는 팔다리를 크게 써야 하고 관절도 부드럽게 움직여야 자연스럽게 표현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얻게 된 그날의 교훈 하나
— 팔다리 동작은 크게! 관절은 부드럽게!
촬영을 마친 그날 저녁, 우리는 지인과 함께 수많은 사진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컷들을 함께 골라냈다.
사실 초반엔 둘이서 연습 삼아 셀프 촬영도 해봤었는데, 그것도 나름 재미있었지만 확실히 누군가가 셔터를 눌러주니 훨씬 다양한 앵글과 구도가 살아났다.
만약 전적으로 셀프 촬영을 한다면 삼각대의 블루투스 리모컨을 활용해 자유롭게 찍을 수는 있겠지만, 클로즈업이나 다이내믹한 장면을 담기에는 확실히 한계가 있을 것 같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사진을 좋아하고 감각이 있는 친구 한 명쯤 섭외하는 것을 추천한다. 훨씬 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더 자연스럽고 감정이 살아 있는 사진이 많이 연출될 테니까.
물론 전문 촬영처럼 정제되거나 고급스러움은 덜할 수 있지만, 딱딱하게 연출된 사진보다는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는 추억이 될 것이다.
참고로 우리의 경우, 지인은 우정페이로 사례를 거절하긴 했지만 그래도 시간과 정성을 쏟아준 고마운 마음을 담아 조심스레 작은 감사의 표시를 전했다.
# 지인찬스 웨딩촬영비 = 30만 원
최종적으로 우리는 약 30-35장의 베스트 컷을 골라냈고, 직접 사진 보정까지 했다.
나는 디자인을 전공한 남편 덕을 보긴 했지만, 요즘은 AI 시대라 다양한 도구들이 잘 갖추어져 있어 꼭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사진 보정 정도는 직접 해볼 수 있고, 제법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 같다.
우리는 Evoto라는 보정 프로그램을 활용했는데, 배우자가 직접 톤을 잡고 디테일을 다듬은 결과물들이 모두 참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도 직접 보정을 하다 보니, 우리가 ‘선호하는’ 색감과 느낌이 고스란히 사진에 담겼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과하게 꾸미거나 인위적으로 손대기보다는 잡티, 잔머리, 옷 주름 정도만 자연스럽게 수정해 훨씬 더 수수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느낌을 살릴 수 있었다. 덕분에 우리 다운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감성적으로 다듬어진 사진들이 완성되었다.
물론 전문가에게 맡기면 보다 정제되고 고급스러운 결과를 얻을 순 있겠지만, 의외로 내가 원하는 감성과는 조금 어긋날 수도 있고 작업 기간이 길거나 보정 컷 수에도 제한이 있어 아쉬움이 남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만약 시간과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직접 보정해 보는 것도 충분히 가치 있는 것 같다. 완벽하진 않아도, 훨씬 더 ‘우리다움’이 담긴 사진으로 오래 기억될 수 있으니까.
웨딩 비용
하객 식사대접비 : 총 331.2만 원
웨딩드레스, 예복, 슈즈 등 구입비 : 총 48.1만 원
헤어메이크업(신랑신부/가족) + 헬퍼 : 총 139만 원
웨딩반지(신랑신부) : 165만 원
# 웨딩촬영의상 = 7.2만 원
# 웨딩촬영소품 = 3.6만 원
# 웨딩촬영비(지인찬스) = 30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