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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moong Sep 02. 2020

아일랜드가 전해주는 위로

그냥 왔는데 그냥 못 떠나겠어




더블린이 내게 준 마지막 선물

골웨이에 며칠 머무르다 다시 더블린으로 돌아오던 날 배낭을 짊어지고 버스에서 내리는데 너무나도 아름다운 노을이 건너편 다리를 건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 다시 내가 사랑하는 더블린이구나.


그 세상으로 빨려 들어가듯, 누군가 앞에서 끌어당기듯, 그렇게 나는 그 풍경에 내 모든 신경을 집중하며 앞으로 성큼성큼 나아갔다.  



더블린으로 다시 돌아온 걸 마치 두 팔 벌려 환영이라도 해주듯

다시 잘 왔다고 내 어깨와 등을 토닥여주듯 뭔가 모를 따스한 위로가 느껴졌다.


감성 돋는 색감을 담은 하늘 위로 새가 날아들고 그 여유롭고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 어우러지는 아일랜드 인들의 웃음소리가 배경음악으로 재생되자 그 아름다움이 다 저물어 사라질 때까지 또 한동안 그대로 서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 낯선 도시에서 무방비 상태로 맞닥뜨린, 아일랜드의 늦겨울에 맞이하는 더블린의 석양빛은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고 따스함마저 느껴져 얼어붙은 내 마음을 녹여주었다.




약 세 달 간의 유럽여행에서 접한 국가들을 세 가지로 분류하자면 

기대보다 좋았던 곳, 기대만큼 좋았던 곳, 기대보다는 아쉬웠지만 그래도 여전히 좋았던 곳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그중 나에게 아일랜드는 '기대보다 좋았던 곳'으로 꼽힌다. 



술과 책, 음악을 사랑하고 웃음과 흥이 넘치는 소박한 사람들의 나라.

그곳의 한적하고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 피지컬 좋은 친절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소박한 즐거움. 

내가 좋아하는 감성 돋고 예쁜 카페들 속에서 맛있는 브런치와 함께 즐기는 여유로운 하루의 시작. 


그리고 무엇보다 언제 어디서든 매 순간 함께 할 수 있었던 음악 Music. 

감미로운 길거리 버스킹 공연에 곳곳에서는 로맨틱한 선율이 끊임없이 흐르고 

전통 아이리쉬 음악과 함께 즐기는 한 끼 식사, 화려한 밤을 선사해주는 아이리쉬 펍과 템플바, 그곳에서 흥나는 음악과 함께 즐기는 맥주의 부드러움에 아일랜드 여행은 매번 풍성하고 행복했다.

 

거리 곳곳에 걸려있는 아일랜드 국기만으로도 감성 터졌던 아일랜드는 겨울에는 특히 우울한 날씨로 유명하지만 날씨 복은 터졌는지 여기서도 환하고 따뜻한 날씨를 맞이할 수 있었다.

 

따스한 햇살과 겨울의 다소 차가운 공기가 공존하는 이곳에서

초록 초록한 들판과 파아란 하늘로 그날의 기분을 정화시켜주었던 아일랜드.


그냥 왔는데, 그냥 나를 못 떠나게 만들어버린, 내가 너무나도 사랑한 아일랜드.


언젠가는 이 사랑스러운 곳에서 사랑하는 이와 함께 귀에 이어폰을 꽂고 화려하진 않지만 소소하고 정겨운 아일랜드의 모습에 다시 한번 빠져들고 싶다.



아일리쉬 레스토랑의 흔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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