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생활하다보니 먹는 게 늘 문제다. 요즘은 예전처럼 밥도 잘 지어먹지 않는다. 혼자 다니다보니 어떻게든 한 끼 때우면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자연스레 사 먹는 횟수가 늘었다.
트럭스탑에서 파는 음식은 대부분 기름에 튀긴 것들이다. 건강에도 좋지 않아 정 급할 때 요기나 하는 정도로 사 먹는다. 어쩌다 괜찮은 식당이 있으면 가끔 이용한다. 내가 미국 음식을 그다지 즐기지 않아서 주로 인도, 중국, 멕시코 식당을 이용한다.
오늘은 웨스트 버지니아의 한 정통 미국 식당에 갔다. 손님들은 당연히 현지인 그것도 백인 일색이다. 이런 곳을 갈 때면 내가 이방인이라는 느낌이 든다.
내가 간 곳은 크래커 배럴(Cracker Barrel)이라는 프랜차이즈 식당이다. 그 동안 가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다. 이 식당은 미국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대형 트럭 스탑 근처에 위치한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오늘은 실수로 원래 가려던 큰 트럭스탑이 아닌 동네 작은 트럭스탑에 갔다. 마침 주차 공간도 한 자리 남아서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기로 했다. 그런데 옆에 크래커 배럴이 있는 게 아닌가.
크래커 배럴은 정통 미국 식당이다. 한국으로 치면 한식당 같은 느낌이다. 메뉴도 미국 사람들이 옛날부터 먹어 왔던 음식이 주종을 이룬다. 맛은 그 자체로는 괜찮은데 내가 미국 음식을 즐기지 않다보니 아주 맛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럭저럭 배를 채울 정도의 맛. 여느 다이너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인테리어는 고풍스러우면서도 깔끔하다. 대부분 매장이 사람들이 접근하기 좋은 위치에 있으며 주차장이 넓다. 그런데 트럭을 위한 주차 공간은 없다. 그래서 그 동안 가보지 못 했다.
밖에서 볼 때는 식당만 있는 줄 알았는데 가게도 같이 있었다. 음식 가격은 저렴한 편이다. 서민들이 먹기에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다. 미국 서민이나 중산층이 즐겨 찾는 대중 식당이다.
말 나온 김에 인도 음식은 이제 당분간 끊기로 했다. 물론 나는 여전히 인도 음식을 좋아 한다. 그런데 가성비가 너무 떨어진다. 대부분 음식 가격이 올랐지만 인도 식당은 그 정도가 심하다. 재료비 때문에 어쩔 수 없겠지만, 이제 인도 음식은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괜찮게 즐길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예전에는 10불 중반대에서 20불 미만의 가격으로 제법 푸짐하게 먹을 수 있었다. 요즘에는 20불대 후반의 비용을 지불해도 달랑 메뉴 하나에 빵 한두 조각 먹는다. 이 비용이면 차라리 미국 식당가서 먹는 게 더 낫다. 최소한 거기는 사이드 메뉴라도 같이 나온다. 그리고 내가 미국 음식을 안 즐기는 편이라고 했지만 햄버거는 예외다. 식당에서 제대로 만들어 나오는 햄버거는 정말 맛있다. 맥도날드나 버거킹 같은 패스트푸드점에서 먹는 햄버거와 비교할 바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