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앤디 Jan 22. 2021

부족함이 이끄는 삶

한창 업무에 집중하다 보면, 슬슬 배가 고파오기 시작하는 시간. 

오후 4시. 


간단히 요기할만한 게 없을 탕비실을 두리번거리 편의점에서 파는 초코 롤케이크가 눈에 들어온다.
허기를 달랠 겸 포장지를 뜯어 한 조각 맛다.
'? 이게 원래 이렇게 맛있었나?'라는 생각과 함께, 롤케이크 6조각은 게눈 감추듯 사라지고,

불현듯 호주 워킹홀리데이 시절 먹었던 초코 롤케이크가 떠오른다.



할 줄 아는 요리라고는 라면 끓이는 게 전부였던 20대 초반

처음으로 혼자 살게 된 호주에서 나는 항상 굶주려 있었다.


라면은 지겨웠고, 내가 손수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  맛이 없었다. 그렇다고 계속 밖에 나가서 사 먹자니 돈이 넉넉지 않았다.

무언가 괜찮은 게 없을까 마트 둘러보던 중 베이커리 코너에 반값 세일을 하는 초코 롤케이크가 내 눈에 띄었다.
유통기한이 이틀밖에 남지 않은 롤케이크.


 좋아하지 않고, 단것은 더더욱이 싫어하는 입맛을 가진 나였기에, 

한국이었다면 절대 쳐다도 안 봤을 초코 롤케이크.

하지만 특별히 조리를 해야 할 필요도 없고, 가격까지 저렴했기에 나는 별다른 고민 없이 구했다.

셰어하우스로 돌아와 방금 사온 초코 롤케이크를 우유 한잔과 함께 먹었다.
그때 먹은 초코 롤케이크의 맛이란..
 어떤 유명한 파쉐가 만든 디저트보다 다.

막이 감도는 방에서 나는 감동의 감동을 하며 롤케이크를 전부 먹어치웠다.

초코보다는 빵이 훨씬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대형마트에서 판매 저렴한 롤 케이크이었지만,

나에게 행복감과 만족감을 주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뒤로도 호주에서 생활하는 8개월 동안 종종 롤케이크를 먹었.

하지만 한국에 돌아와서 딱히 롤케이크를 은 기억이 없다. 내 입맛에 맞는 수많은 먹을 것들이 풍족하게 있기에 롤케이크는 우선순위에 밀려 기억의 저편 어딘가로 사라져 있었다. 그러다 13년 만에 오랜 추억과 함께 그 맛을 느끼게 되었다.


롤케이크를 먹으며 생각해본다.

어쩌면 우리의 삶을 강력하게 이끄는 것은 부족함 아닐까?


부족함을 채워가는면서 얻는 만족감.


만족스러운 삶을 위해서는 무엇인가 부족해야 하는 인생의 아이러니


지금의 내 삶에 부족한 것은 무엇일까?


작가의 이전글 푸지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