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를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재밌게 본 드라마를 뽑으라고 한다면 나는 단연코 이 드라마이다.
2001년 17살의 나이에 내가 본 드라마 호텔리어는 선망의 대상 그 자체였다. 화려한 호텔에서의 삶과 멋진 사람들, 그 안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까지.. 미래를 꿈꾸게 만드는 그런 작품이었다. 19년이 지난 2020년, 10년 차 직장인의 눈으로 본 호텔리어는 같은 내용이지만 완전히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 당시에는 보이지 않았던 직장인들의 애환이, 그리고 주인공 옆에서 묵묵히 일하는 다른 직원들이 눈에 들어온다. 드라마에서 현실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비현실적인 드라마임에도 지극히 현실적이다. 나는 드라마를 보면 꿈을 꾸었는데, 그 드라마 속 인물들에게 삶은 현실이었다.
누군가는 지금의 내 모습, 그러니까 삼성의 재무팀에서 일하는 나를 선망의 대상으로 삼고 있을지도 모른다. 본인이 꿈꾸는 미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 꿈꾸는 그 미래가 나에겐 너무나 힘든 현실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참 인생이란 모순으로 넘쳐난다.
드라마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꿈은 사라지고 일만 남았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도 느끼고 있었다. 다만 그때의 내가 몰랐을 뿐. 이 대사가 이제는 가슴 저리게 공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