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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디 Dec 29. 2020

당신이라면 버튼을 누르시겠습니까?

아이 인 더 스카이

당신은 군인이자, 전투기 조종사입니다.
테러로부터 시민을 지키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어느 날 테러 조직의 주둔지를 발견했습니다. 저들이 테러조직이라는 것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습니다. 지금 당장 테러를 실행이 옮기려 하는 것을 포착했기 때문입니다. 저들이 테러를 실행에 옮기면 몇 명의 희생자가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상부로부터는 주둔지를 폭파시키라는 명령이 내려옵니다.
그런데 폭탄을 터뜨리기 직전 주둔지 바로 옆에 테러조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무고한 소녀가 서 있습니다. 폭탄을 떨어뜨리면 소녀는 죽게 됩니다.

시간이 촉박합니다. 테러를 막기 위한 기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많이 남아있지도 않습니다.


당신은 폭탄 투하 버튼을 누르시겠습니까?



글의 재미를 위해 조금의 각색을 했지만, 2016년에 개봉한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의 주요 내용입니다.
그다지 흥행을 하지도, 잘 알려지지도 않았지만, 액션씬 하나 없이 러닝타임 내내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웰메이드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고 저는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셨나요?
앞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테러를 막기 위해 한 명의 아이를 죽게 만들었나요?
아니면 한 명의 아이를 살리는 선택 하셨나요?

누군가는 여러 명을 살리기 위해 한 명이 희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할 것입니다. 벤담의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과 같은 논리입니다. 충분히 이해가 되는 선택입니다.
그런데 만약 한 명의 소녀가 아니라 5명의 아이들이었다면, 당신의 선택은 달라졌을까요? 몇 명 이하면 버튼을 누르고 말고의 기준을 정할 수 있습니까?

또 그 행위의 주체가 나라도 같은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요? 앞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테러로부터 무고한 시민을 구한 것도 맞지만, 실제로 한 명의 아이를 죽게 만든 것도 나 자신입니다. 아이를 죽게 만든 죄책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그래도 버튼을 누르시겠습니까?

누군가는 나는 군인이고 상부의 지시를 따라 행동해야 한다고 말할 것입니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 떠오릅니다. 수백만의 유대인을 죽인 장본인이지만 그는 당에서 시킨 대로 했을 뿐 아무 잘못이 없다고 합니다.
시킨 대로 했을 뿐이라는 것이 아이의 죽음에 정당성을 부여해줄 수 있을까요?

마치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떠오르는 이 문제는 정답이 없습니다.
개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선택을 내릴 수 있는 가치판단의 문제입니다.
당신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계신가요?

마지막으로 영화에서는 어떻게 됐을까요?
제가 이야기하면 영화가 재미없을 수도 있으니, 영화의 결론은 직접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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