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산문집
b. 외할머니 산소에서 쑥을 캐고, 어머니
이번 성묘를 마지막으로 외할머니 묫자리 땅을 팔 것이다. 오랜만에 외할머니의 자식들이 모였고 간단하게 제사를 지낸 후 조금 떨어진 곳에서 돗자리를 깔고 할머니의 자식들과 손자들이 모여 고기를 구워 먹었다. 외할머니 자식 중에 막내인 어머니도 이제는 할머니가 되어가는 중이다. 고기를 다 먹고 남자형제들은 모여 담배를 태웠고 어린아이들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술래잡기를 하며 놀고 있었다. 나는 나의 어머니와 소화도 시킬 겸 가볍게 산책을 했다.
어머니가 외할머니 무덤 근처에서 쑥을 캐며 내게 말하였다."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을 때 상실감과 그리움, 미안함 때문에 슬퍼. 그런데 이제 시간이 지나면 그런 것들은 다 무뎌지고 문득문득 생각날 뿐이거든. 그러면 이제는 무뎌진, 멀어진 슬픔 때문에 또 다른 종류의 슬픔이 오게 돼"
나는 말없이 쑥을 캐고 있는 어머니의 등을 바라보았다.
어머니의 웅크리고 있는 몸이 작디작은 동그마한 물방울 같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나도 연약하면서도 투명한 물방울.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토악질을 하고 싶어졌다. 아까 먹은 고기가 얹혀서 인지 아니면 차멀미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속을 게워 내고 싶었다. 아니, 사실은 고기가 아니라 그동안 야금야금 파먹은 어머니의 젊음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어머니가 들고 계시던 쑥에서 옅은 풀냄새가 올라왔다. 나는 그 옅고 은은한 풀냄새를 맡으며 연신 마른 침만 삼켜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