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산문집
나무
내 옆반이었던 사내아이는 훌쩍 장가가 버리고, 친하지 않던 어린 계집아이도 아이가 생겨 버렸다. 나와 퍽 사이좋았던 누이마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그만 기분이 고적해져 조그마한 술상 하나 펴고서는 소오주나 호올짝이며 떠나간 벗을 생각 한다. 나는 어느새 나의 벗보다 8년이나 더 살았지만, 어찌 살았는지, 그때보다 더 못난 사람이 되어 버렸고, 왠지 모르게 술이 된 날이면 가끔 네가 있는 수목원을 꿈에서 드문드문 볼 때가 있는데, 꿈에서 가만가만 그 옛날 네가 묻힌 웅숭깊은 나무 밑을 보고 있으면 그곳은 참으로 편해 보인다는 생각을 할 때쯤에 까무룩 잠에서 깨어난다. 그렇게 잠에서 깨어버리고 나면 그만그만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며 우두커니 누워 한참을 있다, 누가 불쌍한 것인지 결국 알지 못하고 나무보다 무거워진 몸을 일으켜 목욕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