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1편
남자친구가 출장으로 간 도쿄에 나도 며칠 휴일을 만들어서 여행을 다녀왔다. 끝까지 일을 하다 가느라 체력도 약해져 있었고, 먹었던 게 얹힌 채로 리무진을 길게 탔더니 결국 비행기에 앉자마자 나는 종이봉투를 부여잡았다.
명자(남자친구)가 있는 숙소까지 가겠다며 공항으로 마중 나오겠다는 그를 말린 걸 후회했다. 사색이 되어 비행기에서 내린 후 병원이나 응급실을 찾아봐도 공항 안에선 이미 문을 닫은 후였다. 어찌할 수 없으니 정신력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후 바퀴 달린 것들에서 올 멀미 후폭풍이 두려워 지하철을 탔다. 캐리어도 있고 환승도 해야 해서 블로거들은 추천하지 않는 방법이었지만 방법은 이뿐이었다.
환승지점까지 날 마중 나온 명자를 보자마자 눈물이 터졌다. 여행을 오기 위해 며칠 무리해서 일한 것, 시간이 없어 대충 아무렇게나 식사한 것, 꽉 끼는 바지를 입은 것 등등 모든 것이 내 탓인데도 서러웠다. 걱정 끼쳐 미안하다 말하는 동시에 왕왕 울어버렸고 트림도 꺼억하고 나왔다… 결국 호텔까지 가는 동안 트림 n번을 더 하자 거짓말처럼 살아났고 그다음 날 이렇게 예쁜 도쿄타워를 볼 수 있었다. 모든 게 감사였다. 10 정거장이나 넘게 떨어져 있었던 튀김집을 찾아갔으나 먹지 못했을 땐 바로 옆집의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음에 감사했고, 별점이 높은 우동집들이 연달아 닫혀 있어서 프랜차이즈 우동집을 선택했어도 생각보다 풍성한 구성에 감사했다. 2만보를 4일간 걸었더니 퉁퉁 부은 발은 아직 온기가 가시지 않아 불쾌할 수도 있을 텐데 따뜻하고 촉촉한 양말 위로 선뜻 손을 내밀어 마사지를 해주는 명자를 보며 훗날 이런 명자의 행동을 떠올릴 때면 나의 감사의 태도를 잊지 않길 바랐다.
체한 후로는 걷기 편한 신발과 옷을 입느라 멋은 못 부렸고, 소화될 만큼 먹느라 계획했던 맛집도 많이 가지 못했지만 배려가 만든 여유는 서로의 자존감을 지켜줬고, 이 시간을 더 자유롭게 만들어줬다. 곱씹어봐도 '자유'가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