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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엄마 Feb 26. 2023

3개월 만에 재발한 경련

무사히 초등학교 입학할 수 있을까

아이가 여섯 살 어느 여름 날...

가족의 일상을 무너뜨리며 뇌전증이 찾아왔다.


12일, 10일, 5일 주기가 점점 짧아지더니

아이는 매일 같이 경련을 다.

맞는 약을 찾으려고 종류의 독한 약을 이리저리 조합하고 바꿔가며 먹지만 경련은 잡히지 않았다.

부작용으로 이상할 정도로 짜증과 화를 내기도 하고,

밥을 먹지 않아 살이 쭉쭉 빠지기도 하고,

등에 발진이 생기기도 하고,

약에 취해 하루종일 잠만 자기도 하고,

운동기능 이상으로 잘 걷던 아이가 휘청대며

제대로 걷지 못하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의 시간은 1년 동안 멈춰 있었다.

아니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그러다 1년 뒤, 케톤식이를 하면서 기적처럼

경련을 잡다.

죽어도 하기 싫었던 케톤인데...

생각보다 아이는 너무 잘 먹어주고,

먹고 싶은 간식들도 먹지 않고 잘 참아주었.

따뜻한 밥 한 술 먹이지 못하고,

삼시세끼 버터와 오일을 베이스로 한 느끼한 요리를 먹이는 게, 마로서 너무 미안했만...

다시 아이가 경련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맞는 약이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이렇게라도 멈추어주었으니 고마웠다.


그렇게 3개월은 평화로웠는데...

아이의 경련이 다시 시작됐다.

유치원에서 빵을 잘못 먹은 것이다.

병원에서는 빨리 케토시스에 들어갈 수 있게

탄수화물을 아예 빼버리라고 했고,

약 조절도 다시 했다.

하지만 깨져버린 케톤과 다시 시작된 경련을 다시 잡기가 너무 힘들었다.

일주일, 이주일 시간이 흐를수록 애가 탔다.


아이는 초등학교 입학을 4개월 앞두고 있었다.

학교에 보낼 수 있을까...

입학을 한다해도 경련 때문에 학교에 못 가는 날도 많을 텐데...

유예를 해야 하지 않을까...

애타는 시간이 흘렀다.


한 달 동안 아이의 경련이 잡히지 않자 병원에서는

다시 입원해 대마오일을 써보자고 했다.

우리나라는 대마가 불법이.

그래서 소아 뇌전증 아이들이 대마오일을 쓰려면 그에 대한 조건도 까다롭고, 내야 할 서류도 많았다.

지금은 보험이 되지만

(보험 혜택을 받기는 지금도 매우 어렵다)

비급여로 구매하는 건 매우 비쌌다.

한 병에 150~200만 원이었다.

병원에선 그냥 약 종류의 한 가지일 뿐이기 때문에

맞는지 안 맞는지는 먹어봐야 안다고 했다.

고민이 되었다.

맞는 약이라면 어떻게든 먹이겠지만

대마오일도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아이에게 맞지 않는 약일 수도 있다.


그런데 며칠 고민하는 사이,

천만다행으로 아이의 경련이 점점 잦아들 시작했다.

한 달 반 사이에 지옥과 천국을 오간 것 같았다.

초등학교 입학 3개월을 앞두고 극적으로 다시 경련 잡혔고...

우리 아이에겐 케톤식이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다시 경련을 잡고 보니...

또 다른 걱정이 올라왔다.

유치원에서는 담임 선생님 배려로

점심 도시락을 데워주시는데

학교에 가면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1학년도 무조건 급식을 먹고 하교한다는데...

산 너머 산이었다.

우리... 초등학교 생활... 잘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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