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통엄마 Jul 06. 2023

케톤식이 2주년을 기념(?)하며...

2021년 7월 10일에 시작했던 케톤식이 치료...

이제 며칠만 더 지나면 2년을 채운다.

7살케톤식이를 시작아이는 그 사이 9살이 되었다.

제 인생의 4분의 1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식이치료하는 데 보낸 것이다.

밥은 물론이고 좋아하는 빵, 과자, 아이스크림, 초콜릿, 사탕, 젤리, 온갖 과일들을 못 먹는 건 둘째치고...

매 끼니도 칼로리 제한으로 마음껏 먹을 수 없고, 지방이 높은 음식들만 먹으며

2년이란 시간을 버텨왔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솔직히 세 달, 아니 한 달, 아니 일주일도 못 버틸 줄 알았는데...

아이가 대견하면서 안쓰럽고, 아이에게 고마우면서 미안하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아이는 생각보다 정말, 아주 잘 참아주었다.

더 먹고 싶다고 칭얼대는 일은 자주 있었지만

과자 먹고 싶다고,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고 드러눕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아니다. 2년 동안 아이가 먹고 싶다고 보채고 운 적이 딱 한 번 있었다.

케톤식이 시작하고 맞이한 첫 겨울이었다.

아이의 친구 할머니가 까만 봉다리에 귤을 가득 사가지고 오시는 길에

아이에게 먹으라며 귤 두 개를 쥐어주셨다.

과일 귀신이라고 할 정도로 온갖 과일을 좋아했던 아이가 손에 쥐어진 귤이 보니

요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나보다.

다른 때 같았으면 나에게 귤을 넘겼을 텐데,

아이는 귤을 쥐고 왜 안 되냐고, 나도 귤 먹고 싶다고, 딱 하나만 달라고, 한 알만 먹겠다고 떼를 썼다.

너도 왜 먹으면 안 되는지 알지 않냐고 설득하고, 나중에 먹자고 타이르고, 안 된다고 화도 내보았지만

좀처럼 먹고 싶은 마음이 누그러지지 않는지 나도 먹고 싶은데! 하며 귤을 쥐고 길바닥에  엉엉 울기 시작했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니 나 또한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이깟 귤이 뭐라고 한 조각도 줄 수가 없는지...

겨우 겨우 버텨왔던 마음까지 우르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나까지 여기서 울면 안 되겠다 싶어

아이에게 귤을 빼앗고 억지로 집으로 끌고 들어갔지만

그날 따라 아이의 울음은 쉽게 멈추질 않았다.

나는 우는 아이를 끌어안고 달래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

"우리 딱 2년만 참자... 2년만 참으면 네가 좋아하는 마카롱도 100개 사주고, 귤도 먹고싶을 만큼 사줄게..."

고맙게도 이 일 있은 후, 아이는 단 한 번도 먹고 싶은 간식이 있어도 먹고 싶다며 떼를 쓰며 울지 않았다.


그리고 하루하루 지내다보니 어느 새 그 2년이란 시간이 흘러가버렸다.

아이는 이제 학교에서, 학원에서 받아온 간식을 먹지 않고 주머니에 넣어두었다가...

나를 보면 건네주거나 냉장고에 넣어준 자기의 간식 상자에 보관한다.

어제는 점심을 먹으러 학교에서 나오자마자 나를 보고는 주머니에서 작은 초콜렛 간식을 꺼내 나에게 건넸다.

"엄마!! 선생님이 주셨어! 엄마 배고프면 먹어!"

문득 이상한 마음이 들어 아이가 건넨 초콜렛를 한참동안 내려다보았다.

이렇게 단단해지기까지... 아이의 마음속에서는 얼마나 많은 견딤과 인내가 있었을까.

2년이라는 시간이...

아이에게 지난하기만 했던 이 시간들이 정말 그냥 지나간 것이 아니기를 바라고 또 바라본다.





작가의 이전글 생일에... 케이크가 빠질 수 없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