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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품 Jul 10. 2023

비트와 토마토의 향기


23년 한 여름



나는 비트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비트잎은 좋아한다. 비트를 심을 때는 사실 비트잎에 설레어 심는 경향이 있다. 요즘 아침엔 비트와 채소를 곁들여 갈아먹는 중이라 비트의 소용을 찾아 다행이라고나 할까. 텃밭의 비트들이 다들 흙밖으로 마중을 나왔다. 수확을 해야지 하면서도 좀 아쉬워 그냥 두었다. 이제 잎을 먹을 수 없으니 말이다. 그래도 명색이 비트인데 장마에 비를 맞히며 비트몸통이 상할 것 같아 수확을 했다. 비트를 뽑아 올리고 비트잎을 뚝뚝 끊었다. 잎에서 나는 비트냄새. 나는 이 냄새가 좋다. 당연하데 신기하다. 무잎에서는 무냄새가 나지 않는다. 무향이 무無향라 그런 걸까. 비트의 흙냄새를 쏙 빼면 남는 그 비트향이 비트잎에서 난다. 그런데 토마토도 그런 것이다. 아직 토마토는 빨갛게 물들려면 시간이 더 필요한 상태라 그저 자라기 바쁜 토마토순을 쳐주는 게 텃밭 돌봄의 일중의 일인데, 순을 자르면 토마토 냄새가 난다. '넌 토마토가 아니잖아'  신기하다. 비트잎처럼 토마토순에서 나는 냄새도 그렇다. 온전한 토마토냄새는 아닌데 꽉 조여놓은 나사하나쯤 빠져 버린 듯한 순한 그 냄새는 그야말로 향기다. 작정하고 뱉어내는 냄새가 아니라 순을 자르는 순간 공기중으로 스프레이 하듯 흩어지며 나는 향기다. 먹을 때 알 수 있는 냄새가 아니고 코로 맡는 향기다. 23.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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