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금만 더 무해하게 살아보기 /
22.01.18
충격이다. 그저 환경재난영화겠지 정도의 예상으로 일부러 후기 하나 읽지 않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날 쯤엔 저녁을 먹어야 할 시간인데 입맛마저 도망가고야 말았다. 요즘 소화가 잘 안 되어 위가 편치가 않은 탓이겠지...이렇게 인간 군상을 적나라하게 모아놓고 지켜보는 경험이라니. 아마도 그 군상 중에 나의 언행불일치를 확인한 것만큼 깊은 충격이겠구나 싶다. 그건 ‘그래도 인간에게 설마’라는 속내를 스스로 확인하고야 말았기때문이다.
전개가 어찌 되건 엔딩엔 지구를 구하겠지, 아니 인간은 살아남겠지. 나도 그렇게 막연히 기대하고 있었다. 혜성이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광물질을 안겨준다는 허상에 빠지고 더 이상 혜성 충돌의 공포마저 무뎌지는 것처럼 나도 마땅한 근거 없이 인간은 별 문제없을 것이라 자만했다. 산불 지진 해일 쓰나미 살인적인 강추위와 무더위 기아 팬데믹 사막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이 매일같이 펼쳐지는 오늘을 살면서도 그렇다.
그러나 재앙 앞에 지구를 구할 히어로는 더 이상 영화에도 없었다. 제대로 얼굴정면에 냉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또 한편 절망적인 마음도 들었다. 내가 행동하는 그 무엇이 어떤 소용이 있나 하는. 그래도 내가 할 일은 오늘을 어제와 같이 의연하게 사는 것뿐이다. 다만 어떻게 살 것인가, 오늘을 사는 인류라면 생각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가 아닐까.
“선택권은 언제나 있어요, 그중에 좋은 선택을 하면 되는 거예요!”
우리는, 나는 그동안 좋은 선택을 했는가 돌아본다.
“제가 감사하는 건 우리가 노력했다는 거예요”
그리고 나름의 애씀으로 충분히 감사할 수 있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수밖에 없겠다.
그렇게 두 시간쯤 지나 아무일 없던 듯 나는 저녁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