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봉현 Apr 07. 2019

엄마의 아침밥

밥 말고 나는 빵과 커피

어제 엄마가 왔다.

친구들과 결혼식 뒤풀이까지 놀다 오신 엄마보다 종일 집에 있었던 내가 먼저 잤다.

(며칠째 배탈 증상이 계속 있는데 약한 식중독인 것 같다. 내일은 병원을 꼭.)


눈 떠보니 네시 오십분.

옆방에 엄마가 자는데 다섯시 전에 일어나기는 좀 그래서 조금 누워있다가 거실로 나와 커피를 끓였다.

아직 어두운 시간이었는데

내 소리에 깼는지 엄마가 부스스 고개를 들었다.

토마토 주스 드실래요? 물어보니

'나는 커피'라고 하며

'남이 해주는 빵과 커피 아침식사가 소원이야'  

여기서 남이 라는 말은 남편이라는 말인데

엄마한테 그건 다음 생을 기약하자고 했다.


빵과 커피의 아침식사.

내가 수십수백 번은 먹어본 그 간단한 아침밥.

여행 가면 늘 당연하게 먹는 그 빵과 커피.

아마 엄마는 그게 너무 맛있어서, 좋아서

그런 이유가 아니라

그 빵과 커피로 이루어진 이국적인 아침밥,

그런 시간을 꿈꿔온 거겠지.

60이 다 된 엄마도 그런 감성을 가졌다.

그냥 여전한 거야,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나이따윈.


보통의 머그컵을 도로 넣어두고,

아끼는 찻잔 세트에 커피를 부었다.

빵을 두 조각 구워 아끼는 그릇에 담고

버터 한 조각, 사과도 세 조각을 잘라 두었다.

아침이 밝았고 거실 식탁에 앉아

한참을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오늘은 일 안 하고 엄마랑 데이트를 한다.

서울에서 제일 핫한 카페와 맛집, 미술관을 갈거다.

인스타그램 태그로

#엄마랑데이트 #서울여행 #맛집 이런 것도 알려드려야지.



-

2019 04 07



매거진의 이전글 아침도 새벽도 아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