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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승희 Jun 17. 2024

6월 산문

         

나는 6월이었다

연두를 지나 초록으로 피어나고 있었다.

어리고 치기 어린 꽃들을 떨궈 내고

내 안에 고유한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은하수와 함께 나타나는 백조자리

수많은 성좌와 어울려 날개를 펼치고

쉼 없이 물 길어 올리고 햇살 받아먹고

지나가는 바람 불러 앉혀 멀리 저 멀리

나를 띄워 보낸다     


쏟아지는 폭우에도 당당하고

말라 갈라진 땅에서도 숨 쉬고

가차 없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내리쬐는 태양을 피하지 않으며

스스로를 담금질하는 6월     


데미안을 사랑하고

멤피스토텔레스를 증오하고

베르테르를 그리워하고 릴케를 동경했다.

니체 때문에 머리가 아프고

버나드 쇼를 따라야 하나 갈등하는

나날을 보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그때가 바로 6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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