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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에이드 Jun 07. 2024

야닉 시너, 테니스 세계 랭킹 1위에 오르다

2024 프랑스 오픈 롤랑가로스 세미파이널을 기다리며

2024년 프랑스 오픈 롤랑가로스가 진행되고 있다. 테니스의 별들이 모두 참여해서 긴장과 설렘이 가득한 올해 롤랑가로스. 조코비치는 8강을 앞두고 기권하였다. 그는 앞선 2경기를 4시간 이상 치열하게 치렀다. 16강 2세트에서 미끄러지면서 통증을 느꼈다는 그는 오른쪽 무릎 내측 반월상 연골이 파열되어 기권을 공식 발표하였다. 조코비치가 무릎 부상으로 기권함으로써 테니스 랭킹에 변동이 생겼다. 바로 세계 랭킹 2위였던 야닉 시너(야니크/쟈니크 시네르)가 롤랑가로스가 끝나고 발표되는 세계 랭킹에서 랭킹 1위로 올라선다는 것이다.



출처ㅣ롤랑가로스 인스타그램  



야닉 시너는 테니스 역사 상 29번째, 이탈리아 선수로는 첫 번째로 세계 랭킹 1위를 기록하는 것이다. 엄청난 기록이다. 하지만 이렇게 글을 남기는 것은 그 이후 야닉 시너의 인터뷰가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2024 호주 오픈 때 인터뷰에서도 깊은 감동을 남겼는데 도대체 그는 누구인가. 운동선수들은 운동만 잘해도 되는데 어쩜 이렇게 깊은 인생의 묵상이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렇게 인터뷰 때 적절히 표현할 수 있는지 멋. 지. 다.



출처 ㅣ 롤랑가로스 인스타그램

인터뷰는 롤랑가로스 4강 진출 확정 직후이며 그는 게임 후 본인이 세계 랭킹 1위임 (노박이 기권했음)을 알았다고 한다. 많은 축하를 받으면서 그는 이렇게 소감을 전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식이었어요. 노박은 5세트까지 가는 길고 힘든 2번의 게임을 치렀습니다. 첫 번째 게임은 굉장히 늦게 끝났고요. 노박은 분명 지쳤을 것입니다. 저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저는 이 성과에 정말 기쁩니다. 매일매일 열심히 했고 그게 일상이었어요. 1위(이 숫자)에 행복합니다. 하지만 남은 경기에 더 집중하려고 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긴 했다. 노박이 부상으로 기권을 했으니 같은 선수로서 마냥 기쁜 일만은 아니다. 선수의 마음은 선수가 알지 않는가. 부상을 염려하고 걱정하는 야닉의 인성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경쟁보다 중요한 건 나와 함께 겨룰 상대가 있고 그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먼저이다. 야닉은 그것에 대해 진심으로 알고 있었다. 이전에 야닉은 경기 중에 더위로 쓰러진 관중석의 팬을 위해서 자신의 물과 얼음을 챙겨서 전해준 적이 있었다. 나에게 함몰된 사람은 주변을 보지 못한다. 나의 열심과 함께 한 경기를 치르기 위한 준비는 많은 이들의 수고와 열정이 있음을 아는 것이 먼저이다.



또한 한 기자가 지난 12달 (1년) 동안 당신이 느끼기에 레벨 업 된 어떤 특별한 순간(비법)이 있었는지에 대해 물었다. 그에 대답에 적잖이 놀랐다.


저는 패배를 통해서 배웠습니다. 특히 지난해 여기서 말입니다. 저는 저 자신과 저의 몸의 이야기를 배우고 받아들였습니다. 그 부분에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작년 US 오픈에서도 샤샤 (즈베레프)에게 지면서 배움이 있었어요. 자신이 잘못한 것을 깨달아야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가끔은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그것이 옳은 방법입니다. 제 주변에는 저에게 정직하게 말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요. 좋으면 좋다 나쁘면 나쁘다. 아직 저에게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있기에 더 나은 테니스 선수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표정 변화 없이 패배를 통해 배운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진한 사람의 향기를 느낀다. 받아들이긴 힘들지만 그게 올바른 방법이라고 말하는 야닉. 운동선수는 승패가 분명히 보이는 상황을 만나는 사람이다. 승리의 기쁨보다 패배의 이유를 찾는 것이 얼마나 아픈 공부이던가. 보통의 사람들은 패배를 괴로워하거나 패배를 피하기 위해서 애쓴다. 세상은 이긴 사람들에 의해 움직이는 듯하다. 하지만 이긴다는 것은 져 봤다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는 많이 졌다. 지면서 자신의 자세를 연구하고 교정했을 것이다. 또한 생각과 감정을 컨트롤하면서 경기를 운영하는 것을 배웠을 것이다. 경기가 끝나면 필연적으로 둘 중 하나는 패자이고 다른 하나는 승자이다. 진 사람을 격려하고 충분히 박수받고 코트를 떠날 수 있도록 기다리는 예의와 기품은 그의 실패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There are some moments where you have to realize
what you have done wrong
and sometimes it's tough to accept
but this is the right way   





6월 7일 오후 9시 30분 (예정) 4강이지만 실제적인 결승전인 야닉과 알카라즈의 세미 파이널 매치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 경기에서 누가 우위에 있는지 조심스럽게 예상하지만 누가 승리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박빙이다. 이런 경기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설레고 기분 좋다. 알카라즈 또한 성실하고 훌륭한 선수임을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두 선수 모두 2018년 프로에 입성했으며 상대 전적도 4승 4패 동률이다. 가장 최근은 3월 인디언웰스 4강에서 맞대결했으며 알카라즈가 2:1로 역전승했다.




이미지 출처: 테니스 채널


전 세계의 관심을 모으는 이 두 사람은 테니스 빅 3 이후의 현역 최고의 라이벌리로 손꼽힌다. 개성이 서로 다른 두 선수의 대결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장면이 쏟아질 것이 분명하게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둘 다 너무 좋다. (어흐) 22년에 US 오픈 우승했을 때 루드와 대결하는 알카라즈 보고 완전히 반했다. 묘기에 가까운 그의 플레이어는 눈을 뗄 수 없었고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면서 보았다. 그에 반해 야닉은 심심하도록 안정적이면서 완벽한 무결점 플레이를 구사한다. 이 또한 안 반할 수 없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서브, 리턴, 포핸드, 백핸드, 네트 플레이, 멘털, 체력, 디펜스 등등 조금 더 우위에 있는 것을 가지고 코트 안에서 발 빠르게 움직여 드러나는 약점을 공약해야 한다. 그래도 아마 디펜스가 어마할 것이라 본다. 시너가 패한 22년 US 오픈 대결에서 둘은 4시간이 넘는 체력전을 펼쳤다. 체력도 분명히 승리의 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탄탄한 근육의 알카라즈가 더 유리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시너도 창백한 얼굴에서 나오는 무시무시한게 있어서... 



출처 ㅣ 테니스 TV


두 선수 모두 좋은 컨디션으로 최고의 명승부를 낼 것을 기대하고 누굴 응원해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져본다. 부상 없이 멋진 플레이를 기대한다. 과연 오늘 밤의 승자는 누구이며 경기는 얼마나 치열할지 행복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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