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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희 Feb 16. 2022

자신을 없애는 일은 어떤 의미일까…

회상 #1

그녀 손목에 있던 자국들


초등학교 4인방 친구들이 있었다. 서울에서 전학을 나에게 처음으로 손을 내밀어준 친구가 있다.  친구는 중고등학교를 거쳐 성인이 어서도 가까이 지냈다. 지금은 사는 곳이 멀어 자주 만나지 못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가장 친한 친구다. 그녀는  마을의 토박이였다. 그녀는 친구들이 많았다. 자연스레  친구의 친구들이  친구가 되었다. 그렇게 4인방은 둘씩 짝을 지어 어디든 몰려다녔다.  친구가 없었다면, 나는 초등학교 시절을 외톨이로 보냈을지도 모른다.


00 지하철역에서 나는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검은 가죽재킷에 청바지를 입은 남자가 보였다. 검은 곱슬머리에 오똑한 콧날, 하얀 피부가 햇살보다 눈부셨다. 나는 사람을  보고 다니지 않는다. 어딜 가든 시선은 바닥에 두고 다녔던 이십 대였다. 계단에서 내려가는 방향에  남자가 있었기에  보려야   수가 없었다. 동네에서는 보기 힘든 외모와 차림새다. 서울 외각의  지하철에서는 확실히 눈에 었다.


나는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을 거의 내려왔을 , 위쪽에서는 보지 못했던 사람이 보였다.  남자 오른쪽에 여자가 있었다. 계단 오른쪽 담이라고 해야 하나.  담으로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던 사람이 있었다.  남자가 밝게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던 여자아이.  머리를 보았다.  머릿속에 그녀가 보였다. 그녀는 내 초등학교 4인방 친구 중 한 명이었다. 눈이 마주쳤다. 놀라움과 반가움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아이는 하나도 안 변했다. 


초등학교 시절,  아이에게는 많은 남자 녀석들이 맛있것과 편지를 주곤 했다. 사실  나이 때 사랑이 뭔지 ? 뭔가 심각해하는 것도 신기했다. 누가 봐도 예쁜 아이였으니까. 사람 눈은  똑같나 보다.

우리는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옆에 있던 그 남자가 자신의 남자친구라고 했다. 우리는 전철을 타고 이야기를 계속 나눴다. 처음에는 너무 반가웠는데, 막상 이야기를 하려니 어색했다. 어디부터 말을 해야 할지.  아이는 여전히 예뻤다. 슬픔이  눈을 가졌다.  속눈썹과 눈은 소설에서나 묘사되는 ‘사슴  닮았다. 나는 실제로 사슴눈을 본 적은 없다. 소설 속 주인공 여자아이의 눈은 항상 사슴눈이었으니까. 아마도 비슷할 꺼라 생각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에 갑자기  아이는 소매를 걷어 자신의 손목을 나에게 보여줬다. 처음에는 뭔지 몰랐다. 손목에 일자로 볼록 튀어나온 자국들이 여러 개 있었다. 자해의 흔적이었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아무렇지 않은 듯이 표정을 짓기에는 아무렇지 않은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너무 놀라는 얼굴을 하기에는  아이가 당황할 것 같았다. 아마  순간의  얼굴은 놀람과 당황으로 일그러졌을 것이다.


한편으로 이런 곳에서 나에게 자국을 보여주는  아이가 원망스러웠다. 저의가 뭘까. 나는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았다. ‘누가 지하철에서 오랜만에 만난 동창생에게서 이럴걸 기대할  을까.’ 이런  심정과는 상관없다는 ,   아이는 소매 속으로  자국들을 내리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몇 번 자살을 시도했는데 실패했다고. 나의 몸과 머리는 얼음이 되었다. ‘위로를 해야 하나. 자살이라고. 그걸 어떻게 위로를 . 말도 안 된다. 왜 그랬는지 물어봐야 하나.’ 물어보기가 무서웠다.  아이는  곳을 바라보다가 가끔씩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나는 조심스레  그랬냐고 물었다. ‘아하. 자살시도를  친구한테 왜 그랬냐고’가 뭔가. 나는 달리  말을 찾을  없었다. 다른 장소에서였더라면  질문은  나았을 것이다. 녀는 그냥 많이 힘들었다고만 했다. 나는 그 친구를 안아주고 싶었다. 그녀를 위해 그냥 울고도 싶었다. 화를 내고도 싶었다. 나는 지하철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멍청히 바라보기만 했다.하차할 역에 이르렀다. 허둥지둥 인 사치렛 말을 나누고 그렇게 우리 둘은 영원히 헤어졌다.


무엇이  아이를 힘들게 했을까?

어느 나이 때에도 힘들다.

힘든 때가 있다.

아니 매일이 힘들다.

자신을 없애는 일을  만큼, 힘들었던 일은 무엇이었을까.

타인이 뭘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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