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곤 Jun 11. 2024

쌓이는 시간의 힘

대학 입시가 끝나고 추운 겨울.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이렇게 말한다.

“친구야, 어느 대학에 지원할 거야”

“아직은, 점수가 모호해서 생각 좀 해봐야지.”


그리고 대학캠퍼스.

“전공은 정했냐?”

“모르겠다. 생각 중이다.”


대학 4학년, 봄.

“어느 회사에 지원할 거야?”

“모르지 뭐, 취업하기도 힘들고. 모르겠다.”


다시 시간이 흐르고.

“그 친구와 결혼하기로 한 거야?”

“아직. 그와 해도 되는지 잘 모르겠어.”


그리고 지금.

시간이 오전 10시가 조금 넘었다. 사무실 한쪽에서 나지막이 소리가 들린다.

“오늘 점심은 뭐 먹을까요?”

“글쎄요?”



늘 선택이라는 목표 앞에 놓이는 우리의 일상.


그리고 흐르는 것을 막을 수 없는 시간.


니체가 말한 것처럼, 어쩌면 우리는 하고자 하는 욕망과 미루고자 하는 욕망사이에 투쟁하며 살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면서 하고자 하는 의욕 앞에서 나중에 하면 되니까 라는 용기의 결여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그 두려움마저 엄습해오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 채로.


“지금 할까, 말까?”


이중에 한 가지만 선택하면 되는, 시간은 지극히 단순하다는 진리를 잊은 채로 우리가 스스로 복잡하게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시간은 우리의 머릿속에 만들어 놓은 매뉴얼대로 흐르지 않고... 지금이 쌓여 힘을 발휘하는 것을...




매거진의 이전글 존재의 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