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어떤 마음으로 보느냐에 따라 좋게 보이기도 안 좋게 보이기도 하다. 다 우리의 마음먹기에 달렸을 것이다. 또 세상을 어떤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아름답기도 싫기도 하다. 눈은 그 사람의 마음을 비춘다는 말이 있듯이 아름다운 눈으로 사람이든 사물을 바라보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이러한 마음은 일순에 생기는 것이 아니고 소소한 온기가 모여 만들어져 가는 것일 것이다. 작금의 우리 일상에 비치는 세상은 그다지 아름답지 않아 보일 수 있다. 그래서일까. 지난 7월에 출간한 산문집 <그날의 아이스아메리카노 속 얼음은 따뜻했다>의 브런치북연재의 갈무리로 아직 우리 일상에 남아있을 온기가 식지 않기를 더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선택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쪼록 여문 자신을 기대하며 어제와 내일보다 오늘, 이 시간,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좋겠다.
어제는 오전에 목동의 한 백화점에 가서 밤팥빵을 사서 먹고, 오후에는 아내와 김포의 아웃렛 매장을 찾았다. 봄맞이 옷가지들을 보기 위해서다. 한참 매장을 둘러보다가 저녁이 가까워지자 출출해져 식당가에 들렀지만, 사람들로 붐벼 아내가 근처에 있는 원조 나주곰탕 집에 가 보자고 했다. 주차장에서 빠져나와 조금을 가다가 막힌 도로를 보고 아내는 “너무 막히는데, 그냥 돌아갈까?”라고 말했다. 나는 오전에 목동을 갔다 오면서 들었던 ‘익숙한 장소, 사람, 시간에 머물다 보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 있다’라는 생각을 떠올리며 “그래도 가까운 거리니 가보자. 새로운 곳에 자주 가보는 것이 좋은 거 같아.”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내는 “그래, 좋은 생각이네. 여기만 지나면 금방이니까. 가보자”라고 말했다. 아내 말처럼 정체 구간을 지나니 얼마 안 가서 식당에 도착했으나 가게 앞 주차 공간은 차 있었다. 다행히 식당 옆에 있는 치킨 가게 앞에 공간을 발견한 나는 가게 문을 열며 “사장님, 죄송합니다만, 옆 식당을 왔는데 얼른 먹고 갈게요. 잠시 주차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사장님 내외는 웃으면서 “네, 그러십시오.”라고 흔쾌히 양해해 주셨다. 식당으로 들어와 아내에게 “오늘 우리가 도중에 안 돌아가고 온 덕인지 운이 좋은가보다. 저렇게 좋은 사장님과 만나고”라고 말하며 곰탕을 주문했다.
오후 6시가 안 되었는데도 식당 안은 빈자리가 없을 정도다. 건물 내, 외부는 오랜 시간을 겪은 듯 허름했으나 오픈된 주방은 깔끔했다. 곰탕이 나오기 전에 깍두기와 김치는 당연하더라도, 고기가 덤으로 있어 놀랐다. 연한 고기 맛에 취해있을 때쯤 곰탕이 나왔는데 국물 안에 들어간 고기도 부드러워 술술 넘어갔다. 우리는 아내의 후배에게 줄 두 개, 장모님 몫 한 개를 포장하고 가게를 나왔다. 나는 차에 올라타며 먼저 나와서 차를 빼고 기다리던 아내에게 “치킨 가게 사장님께 감사하다고 해야 되는데”라고 했더니 아내는 “응, 내가 했어.”라고 했다. 내가 아내에게 “이제껏 먹어본 곰탕 중 최고다.”라고 말하자 아내는 “우리 옆 좌석의 손님이 ‘나주에 가도 이런 맛을 보기 힘들어’라고 했던 말 들었어?”라고 말했다. 나는 못 들었다고 하며 “그래? 나도 전라도, 그리고 여기저기에서 나주곰탕이라고 먹어보았지만 여기보다 못했어.”라고 말하며, “여기는 친절도 해서 좋네. 자주 와야겠다.”라고 덧붙였다.
자기 가게 앞 공간을 흔쾌히 내준 사장님, 후배와 장모님을 챙긴 아내의 마음, 식당 사람들의 친절, 그리고 곰탕 맛이 조화를 이룬 마음 따스한 시간이다.
세상을 아름다운 눈으로 보고자 하기에.
“사소한 온기가 모여 따뜻한 시간을 만듭니다”
브런치북 연재는 여기서 갈무리합니다. 제 따뜻한 에세이 <그날의 아이스아메리카노 속 얼음은 따뜻했다>가더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를 클릭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