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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곤 Sep 11. 2024

하늘이 단추를 풀었다.

무더운 여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 시간이 지나면 다시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 우리 마음에도 조금은 여유가 찾아오기를 기대해 본다.


산문집 <그날의 아이스아메리카노 속 얼음은 따뜻했다>에 수록된 이 글은 새 발령지에서 겨울이 지나고 봄을 맞이하면서 동료들과 산책하며 개울가 천둥오리의 모습에서 떠오르는 언어들을 불러 모은 것이다.


날씨가 따뜻해졌다. 계절의 순환이 가파르다. 얼마 전까지 사람들도 날씨도 두꺼운 옷을 입었었다. 며칠 전부터 사무실 근처 개천가 산책길에 벚꽃이 만개했다. 청정지역의 혜택인지 온난화의 역습인지 모를 일이다. 닫혀있던 하늘이 단추를 푼 것임에는 분명하다.


“와, 너무 예쁘다.”

내가 말했다.

“하하하, 주무관님 귀여우세요.”

동료가 말했다.

나이에 걸맞지 않은 천진스러운 나의 모습에 웃겼던 모양이다.


벚꽃이 피기 시작한 날 동료와 나눈 대화다.

“오늘 너무 춥게 입고 나오신 거 아니에요?”

내가 다른 동료에게 물었다.

“카디건을 걸치려고 했는데 더울 것 같아서 그냥 나왔더니 조금 쌀쌀합니다.”

아침저녁으로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일어나는 일상 속 모습이다.


‘お天氣や(오텐끼야)’


변덕쟁이를 일컫는 일본말이다. 이랬다 저랬다 변덕을 부리는 사람 앞에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어디에 장단을 맞추어야 할지 난감하다. 한결같은 사람이 좋은 이유다.


동료들과 점심을 마치고 산책을 하면서 길가의 나무를 보고 내가 말했다.

“나무를 안아본 적 있으세요?”

“아니요.”

“저는 가끔 집 앞 공원에 가면 나무를 안곤 합니다. 나무의 따뜻한 온기를 느껴서 좋습니다. 나무는 변함없어요. 어딜 가지도 않고 늘 거기에 있어 좋고요.”


한결같은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다. 자신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깊은 대화도 쉽지 않다. 개천에 흐르던 물줄기가 옅어졌다. 물아래 숨어 있던 모래알들이 속살을 드러낸다. 청둥오리가 벌거벗은 모래살 위에 살포시 앉아 있다.


하늘이 단추를 푸니 꽃들도 개울 속 모래도 얼굴을 내민다. 그러나 지금의 아름다움은 잠시다. 무더운 날이 오고 찬바람이 불며 하얀 눈이 내리는 과정에서 그들은 모습을 감춘다.


우리의 일상도 그렇다. 어제가 다르고 내일은 모른다. 그러니 지금이 중요하다. 닫힌 마음의 단추를 풀어보는 것은 어떨까. 오늘, 따스한 햇살이 우리 마음에 비추고 예쁜 마음 꽃을 피우기 위해서.


의료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우리 국민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정부나 의료계가 한 발짝씩 물러나 마음의 단추를 풀고 양보하면서 해결책을 찾으면 될 거 같은데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모두가 무탈한 하루를 보내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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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instagram.com/reel/C_hJHiCBFky/?igsh=ZW1pcWltdTkyaG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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