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국제정치학에서 미국의 임마누엘 윌러스타인 교수의 세계체제론이 있다. 국가들을 독립체로 보지 않고 상호의존적 관계로 규정하면서 핵심국, 반주변국, 주변국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본다. 핵심국은 패권국이며 주변국은 끊임없이 핵심국에 착취당하는 저개발국가, 반주변 국가는 핵심국과 주변국 중간에 위치한 자본주의 국가다.
지금도 세계는 전쟁 중이다. 무기로 사이버 테러로 경제 제재로 또 자국을 보호해야 한다는 보호주의를 명분 삼아.....
이 이론을 단편적으로 인간관계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우리는 가족, 친구, 연인, 동료 등 다양한 구성체 안에서 생활한다. 때로는 의지하기도 도와주기도 도움받기도 하고 누구는 착취하면서 어떤 사람은 착취당하면서. 가끔은 국가 간 관계보다 더 잔인하고 더러운 면이 있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일상에서 상호 관계를 무기나 방패로 삼아 악용하는 사례들은 보통사람들이 묵과하기 힘든 일이다.
상습적으로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는 엄마의 고통, 힘없는 같은 학교 친구들을 괴롭히는 학생, 술만 먹으면 위력을 가하는 남자 친구, 서비스가 마음에 안 든다며 갑질하는 손님, 객을 봉으로만 여기는 주인.....
자신의 승진을 위해 부하직원의 공을 가로채는 상사, 자신의 과오를 덮기 위해 허위사실로 상대를 공경에 처하게 하는 소문의 생산자, 일은 하지 않고 맨날 회사에 요구만 해대는 직원, 천륜이라는 이유로 부모에게 빈데 붙어사는 자녀, 부모라는 명분 아래 자녀 벌이에만 의존하는 사지멀쩡한 젊은 부모.....
인간관계에서 가장 바람직한 관계는 무엇일까.
가족이든 연인이든 친구든 어떠한 관계든 상대를 독립체로 인정하며 서로가 너무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존중하는 자세가 아닌가 싶다. 그 안에서 때로는 응원하고, 가끔은 도움 주며 끝까지 믿어주는 것.
그것이 바로, 또 다른 의미의 사랑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