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백주간 9주차(탈출 7,8-15) 묵상
“이 날을 기억하여라. 주님께서 강한 손으로 너희를 그곳에서 이끌어 내셨기 때문이다.”(탈출 13,3 참조)
나는 삶의 어떤 날을 기억하며 생활하는가. 좋은 날, 그렇지 않던 날도 내 인생의 한 부분이니 모두 귀하다.
수많은 기억의 조각들 중에서 부모님과의 그날의 순간들은 내게 어떠한 모습일까.
오늘 성경말씀에서 3년 전 여름 어느 날이 다시 떠오릅니다. 그때 저는 친구와 동네 카페에 들어가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을 때 얼음들이 싱크대 바닥으로 버려지는 동안 들려오는 소리에서 보았습니다. 가족, 부모, 이웃, 자연, 먹거리...... 등과의 소중한 순간들을.
여느 날처럼 어제도 운동을 위해 간 저녁때 공원에서였습니다. 산책을 하면서 묵주기도 5단을 마치고 철봉이 있는 곳에 가서 스트레칭을 할 때였습니다. 어느새 땀으로 벅벅이 된 몸 안에서 독소들이 빠져나오면서 제 안에 있던 삶의 찌꺼기들이 몸 밖으로 발산되는 듯 저도 모르게 기도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하느님, 저의 잘못을 용서하소서. 장모님, 잘 모시겠습니다. “
그러면서 주기도문을 반복했습니다.
간혹 장모님이 얄미울 때는 무뚝뚝하게 대할 때가 있는데 그날 점심때 그랬더니 주님께서 “베드로야, 장모님에게 잘해라”라고 말씀하신 것 같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제가 장모님 방으로 향하자 거실에 있던 아내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늦었는데. 왜?” 저는 아무 대꾸 없이 방으로 다가가 거실의 에어컨 냉기가 스며들도록 반쯤 열려있는 방문 틈 사이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머니, 허리 어떠세요?”
“응, 지금은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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