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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곤 Mar 02. 2024

세상에 물으며

글을 쓰면서 '오늘은 세상에 무엇을 물을까?'라고 미리 생각한 적은 없다. 묻고 싶을 때 물을 뿐이다. 습관처럼. 내가 물으면 세상은 소리 없는 메아리로 내게 전한다. 어찌 신기하고 감사하지 않을 것인가. 세상과 소통하는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출근길.

아침노을의 품에 안기며 이슬을 맞은 길가의 풀잎들과 인사를 나누고, 이른 아침 붐비는 지하철 안에서, 계단을 오르며, 길가를 걸으며, 신호등을 건너며, 아파트 단지를 가로지르며, 행여 늦을까 걸음아 빨리 가자꾸나 재촉하는 이들의 틈 사이를 비켜 지나며, 옷깃을 스치는 바람소리를 들으며, 길가의 쓰레기통에서 먹이를 찾으려 어슬렁 거리는 비둘기들을 보며... 



퇴근길.

저녁노을이 대지를 품으려 할 때 나도 그의 품 안에 안기려는 듯 서둘러 사무실을 나와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인적은 드물며 길가에 자리한 식당들 창문 틈 사이로 갑남을녀 영웅들이 환하게 웃는 모습이 보이고, 길 모퉁이에서 하루의 고단함을 담배 한 개비에서 피어 나오는 연기와 같이 허공에 뿌려버리려 불을 댕기고 있는 사람, 누군가가 기다리는 듯 허겁지겁 계단을 오르는 남자, 집에 가는 열차에 몸을 맡기고 환승역에 도착하여 잠시 숨을 돌리면 열차가 도착, 그리고 다시 환승역. 발 디딜 틈도 없을 만큼 많은 인파 속으로...



비슷한 광경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나는 묻는다.


어제는 이러한 질문을 던졌다.

마지막 발령지.

이곳에서의 시간도 이제 몇 달 안 남았네.

내가 언제 또 와보려는가.

아마도 올 일은 없을 테지.

그래도 모르지.

언제는 이곳에 올 거라고 생각해 보았던가.

지금 이곳에 머무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가.

그러니 즐기세.

좋은 생각만 하며.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라며.

조금 마음에 드는 것이 있더라도.

조금 불편한 것이 있더라도.

흐르는 시간에 올라 타 즐기세나.

소박하게

세상에 물으며

오늘, 나, 괜찮았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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