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안 한쪽에서 어떤 어르신이 중년의 남성에게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고, 피가 많이 나네요. 빨리 지혈을 해야 되겠는데."
그러자 그는 "어제 일 하다가 다쳤는데 방금 문에 부딪혀 그런 거 같은데 괜찮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잠시 후에는 건너편 좌석에서 한 아주머니가 그 남성에게 다가가더니 휴지로 피가 나는 손을 닦아주며 이렇게 말했다.
"여기도 많이 흐르네요."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다가가 피가 흐르고 있는 손을 붙잡고 닦는 그녀의 모습에 내 마음의 온도는 따스하게 올랐다.
이번에는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이다. 내 옆에 계시던 어떤 할머니가 건너편에 엄마와 앉아있는 한 어린이의 운동화 끈이 풀려있는 모습을 보시더니 이렇게 말씀했다.
"얘야! 운동화 끈이 풀렸네, 걷다가 넘어질 수 있단다."
그러자 엄마가 아이에게 뭐라 한 후에 꼬마는 운동화 끈을 동여맸다.
그런데, 그 대목에서 아이는 아니더라도 엄마가 어르신에게 "감사합니다"라는 답장을 보내는 장면이 없어 아쉬웠다. 어르신과 그 모자 사이의 행간은 썰렁했다.
일상에서 마음의 온도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장면을 접하며 살아가는 우리. 물론 그 마음의 주인공은 나다.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는 마음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도 내게 달려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