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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Jun 11. 2023

알쏭달쏭 우리말(77)

◆ 피다와 피우다     


 '피다'는 자동사다. 그리고 꽃이나 잎이 봉오리가 커지면서 꽃잎이 떨어지거나 줄기에서 생겨나다란 뜻을 의미한다.      


따라서 '꽃이 활짝 피었다!’ ‘불이 잘 피지 않는다’ ‘얼굴이 피고 살이 통통하게 올랐다’ ‘얼굴에 검버섯이 드문드문 피었다’ ‘그 집 형편이 피었다처럼 쓰인다.    

 

그런데 가끔 대화 중에 '담배를 피다' '불을 피다' '거드름을 피다' '바람을 피다' 등의 표현을 쓰고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맞춤법에 맞지 않는다. 각각 '담배를 피우다' '불을 피  우다' '거드름을 피우다' '바람을 피우다등으로 써야 맞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담배를 피다'란 말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표준국어대사전이 발간되기 이전에 대부분의 국어사전에서 '피다'를 '피우다'의 준말로 인정했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최근엔 '피다'를 모두 '피우다'의 잘못으로 바로잡았다.     


 따라서 '술잔을 비다 술잔을 비우다로, 날이 새다는 날을 새우다'로 고쳐 쓰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맞춤법에서는 준말을 많이 허용하고 있는데 왜 '피다'란 말만 허용하지 않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도 많으리라 본다. 그러나 다음 예를 보면 곧 이해가 되리라 믿는다. 

 

 '쓰레기를 태니(태우니), 밤을 새어서라도(새워서라도), 그릇을 금세 비었다(비웠다)' 등처럼 자동사 '태다새다비다' 등은 타동사로 쓰일 경우 어색하기 짝이 없게 된다.     

 

그러므로 다른 자동사들은 타동사처럼 쓰일 경우 자연스럽지 못한데, '피다'만 예외로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앞으로는 담배를 피지 마세요'란 말 대신 '담배를 피우지 마세요란 말로 바르게 쓰도록 해야 하겠다.


                     

 운명과 유명     


운명(運命)’이란 인간을 포함한 모든 것을 지배하는 초인간적인 힘을 말한다. 선거에서 나타난 민의(民意) 역시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운명이 바뀌다' '운명이 달라지다'고 하면 결정적인 순간에 다른 길을 가게 됨을 의미한다.   

  

그런데 누군가의 사망 소식을 전할 때도 우리는 ‘운명을 달리했다'는 표현을 많이 쓰고 있다. 뜻밖의 사고로 운명을 달리하셨다‘ ’숙환으로 운명을 달리하셨다‘ 등이 바로 그것들이라 하겠다.      


 하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운명을 달리했다'란 말 속에는 '사망했다'는 뜻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이런 경우 ’운명을 달리했다‘가 아닌 '유명을 달리했다'로 바르게 써야 한다.     


유명(幽明)‘이란 어둠과 밝음, 즉 저승과 이승을 뜻하는 말이다. 결국 '유명을 달리했다'다는 것은 이승을 떠나 저승으로 갔다는 뜻이며 사망했다는 말이다. 따라서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셨다‘ ’숙환으로 유명을 달리하셨다‘로 바르게 써야 맞는 말이 된다.    

 

또한 이 밖에도 사망을 의미하는 운명(殞命)’이란 한자어도 있다. 운명(殞命)’이란 사람의 목숨이 끊어짐'을 의미하며, 어젯밤에 운명하셨다‘ ’난 어머님의 운명을 지켜보지 못한 불효자식이다 등으로 쓰인다.      

이런 경우에도 '운명을 달리했다'고 쓰면 안 된다. 운명했다'고 써야 맞는다. 


이처럼 한자의 차이로 인해 우리들은 가끔 혼란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러기에 사람이 사망했을 경우 '유명을 달리했다또는 '운명했다'로는 쓸 수 있으나 운명을 달리했다'고 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을 기억해두도록 하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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