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간이란 긴 세월을 일제 강점기에서 겨우 벗어난 우리는 그 해방의 기쁨을 채 누려보기도 전에 다시 6.25 동란이란 동족상잔의 비극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다시 남과 북이 분단된 지도 어언 70여 년이란 긴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남북 간에는 서로 각기 다른 체제를 유지해 옴으로서 생활환경뿐만 아니라 의식구조에도 색다른 이질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민족정신의 바탕이 되는 언어까지도 그 용어의 개념이나 표현방식이 크게 달라지고 있음은 또 하나의 민족적 불행으로써 참으로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북한에서는 우리의 표준어와는 달리 이른바 ‘문화어’라는 것을 만들어 그들끼리 사용하고 있는데 이 문화어란 김일성의 어록과 평양말을 토대로 하여 다듬어 놓은 것으로 문화어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첬째, 한자어는 한글 고유어로 대체하고 고유어가 없을 때는 그 뜻을 풀어쓰도록 한다.
둘째, 외래어 역시 고유어로 대체하여 사용한다.
셋째, 정치용어는 사상교육에 활용하기 위해 한자어라 할지라도 수정을 금하며 과학기술용어 및 대중화된 한자어와 외래어는 그대로 사용한다는 점 등이다.
예를 들어 한자어의 경우 ‘견인선(牽引船)’은 ‘끌배’, 외래어 ‘볼펜’은 ‘원주필’ 일상 용어인 ‘도시락’은
‘곽밥' 등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의 표준어와 다른 예들이다. 또 “효과를 얻다‘는 ’은을 내다‘, ’책상다리를 하다‘는 ’올방자를 틀다‘로 표현하는 등 언어의 형태에 있어서도 우리 남한과는 완전히 다른 것들이 무수히 많아서 서로 언어가 통하지 않을 정도에 이르고 말았다.
이에 남북한 간의 달라진 언어를 조금이나마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리고 짧은 이야기 속에 북한 언어를 한두 가지씩 넣어 이야기를 꾸며 보도록 하겠다.
참고로 북한 언어 풀이는 <통일연수원>에서 제공한 남북한 간의 달라진 언어를 바탕으로 풀이해 보도록 하겠다.
불알은 어디 있죠?
성길 씨가 성급히 마트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한동안 진열대 앞을 서성거리며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뒤, 자신이 찾고 있는 물건이 얼른 눈에 띄지 않자 이번에는 여직원 앞으로 성큼 다가서며 물었다.
“아가씨, 불알은 어디 있죠?”
“네? 뭐, 뭐라고요? ”
“내 말 못 알아들었어요? 불알이 어디 있느냐고요?”
“아니, 뭐 이런 미친 사람이 다 있어?”
여직원은 성길 씨가 묻는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화들짝 놀란 얼굴로 곧 안에 있는 직원들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안에 누구 없어요? 여기 미친 사람이 있어요. 빨리 좀 와 주세요, 빨리요!”
여직원 하도 큰소리로 악을 쓰고 소란을 떠는 바람에 안에서 일을 하고 있던 직원들이 무슨 일인가 하고 하나둘씩 여직원이 있는 쪽으로 급히 모여들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데 이렇게 소란이야?”
덩치가 크고 인상이 약간 험상궂게 생긴 남자 직원 하나가 맨 먼저 여직원과 성길 씨를 번갈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자 여직원은 너무나 억울해서 도무지 참을 수 없다는 듯 잔뜩 울상이 된 얼굴로 성길 씨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그, 글쎄, 이 미친 사람이 나한테 갑자기 불알이 어디 있느냐고 묻는 게 아니겠어요.”
여직원의 자세한 이야기를 들은 직원들이 이번에는 성길 씨를 바라보며 저마다 한 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
“당신 뭐하는 사람이야?”
“지금이 어느 때인데 함부로 그런 허튼수작을 부리고 있어?”
“안 되겠군. 이런 놈은 당장 콩밥을 먹어 봐야 정신을 차린다니까.”
직원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다그치듯 소리치더니 그 중 한 사람이 신고를 하기 위해 주머니에서 얼른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일이 어렇게 뜻밖의 사태로 발전하게 되자 더욱 당황하게 된 것은 오리려 성길 씨였다.
사실 북한이 고향인 성길 씨는 자신도 모르게 종종 북한 말이 입에서 불쑥 튀어나오곤 하여 주위 사람들로부터 가끔 오해를 사거나 곤욕을 치르게 되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지금 벌어진 상황도 그와 마찬가지였다. 성길 씨는 곧 아가씨와 직원들을 향해 손이 발이 될 정도로 싹싹 빌며 해명을 하기에 바빴다.
“그게 아니라니까요. 전혀 그런 뜻이 아니었습니다. 제 말에 뭔가 오해를 하셨다면 진심으로 저의 실수를 용서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성길 씨의 변명 같은 대답에 이번에는 덩치가 큰 직원이 다시 끼어들었다.
“허어, 이 사람 정말 안 되겠군. 당신이 분명히 이 아가씨한테 그런 말을 하고 나서 오히려 우리들한테 오해를 하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사실 저는 오늘 저의 집 화장실에 달려 있는 불알이 갑자기 나가서 불알을 사러 왔던 것인데 그게 그만…….”
“뭐, 뭐를 사러 왔다구? 이 사람 정말 안 되겠는걸.”
직원들의 표정이 또다시 험상궂게 일그러지고 말았다. 그러자 성길 씨가 아까보다 더 두 손을 싹싹 빌며 다시 자세히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은 전에 제가 살던 북에서는 지금도 백열등이나 전구를 불알이라고 말합니다. 어려서부터 오랫동안 쓰던 북한 말이 그만 습관이 돼서 그만……. 아무튼 오해를 하셨다면 한번만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시오.”
그제야 직원들은 조금은 이해가 간다는 듯 그리고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기 어렵다는 듯 하나 둘씩 킥킥거리며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몹시 흥미가 당긴다는 듯 직원 한 사람이 성길 씨에게 다시 물었다.
“그래요? 전구를 불알이라고 한다면 그럼 형광등은 뭐라고 하죠?”
그제야 성길 씨는 조금 마음이 놓였는지 밝아진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형광등은 모양이 길게 생겨서 ‘긴 불알’이라고 합니다.”
“그래요? 그럼 형광등에 전기가 들어오게 하기 위해 형광 등에 붙은 작은 전구는 뭐라고 하지요?”
“그건 맨 처음에 불을 붙이는 전구라 해서 ‘씨불알’이라고 하고요.”
성길 씨의 대답에 둘러 서 있던 직원들은 저절로 나오는 웃음을 참기 어렵다는 듯 여기저기에서 킥킥거리며 웃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러자 성길 씨도 조금 안심이 되었는지 다시 입을 열어 설명을 덧붙이기 시작했다.
“북한 말이 그렇게 재미가 있다면 제가 조금 더 알려 드리지요. 그 밖에도 가로등은 서서 있어서 ‘선불알’, 샹들리에는 여러 개가 달려서 ‘떼불알’이라고 말하고 있지요.”
“으하하하…….”
“호호호…….”
마트 안은 갑자기 직원들의 웃음소리로 금방이라도 떠나갈 것처럼 시끌벅적해지고 말았다.
하마터면 성희롱범으로 몰릴 뻔했던 성길 씨도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며 덩달아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잔뜩 울상이 되어 있던 여직원도 그만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자신도 모르게 깔깔거리며 크게 소리 내어 웃고 있었다.
“호호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