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낭만탐정님
(*이하 낭탐님이라고 하겠습니다.)
저의 무리한 첫 요청에도 망설임 없이 응답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벌써 두 개의 플랫폼(카카오톡, 인스타그램)을 통해 인사를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익숙한 이름이 되어서 그런지 괜히 반갑고, 괜히 조금 벅찬 마음입니다.
이팝나무를 좋아하신다구요. 저도 며칠 전, 동네에서 새하얀 이팝나무를 마주쳤어요. 가녀린풍성함이 만개해 모습이 마치 봄이 흘리고 간 꽃눈처럼 느껴졌달까요. 해파리 같다는 위트 있는 묘사가 너무나 낭탐님다워서 한 세 번 정도 읽어 보았습니다. 정말 귀여운 표현 같아요. 앞으로 저는 이팝나무를 보며 해파리를 닮은 낭탐님을 이따금 떠올릴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탄생목이라는 것도 있는지 처음 알았어요. 낭탐님 추측대로 바오밥나무인가 싶었는데, 웬 호두나무 더라고요? 땅콩처럼 땅속에서 자랄줄만 알았던 호두는 의외로 열매더군요. 저의 무지함에 피식 웃기도 했고요. 저도 언젠가는 호두같이 속 깊은 사람으로 자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좋아하는 나무가 무엇인가요?”
우선 처음 받아본 질문이에요. 나무라…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쉽게 떠오르지는 않네요. 대신 제가 좋아하는 작가인 헤르만헤세 아저씨의 문장을 한 줄 빌려볼게요.
잠시 지난주쯤 카톡으로 나누던 대화가 생각나네요. 요즘의 일상이 힘드시다고요. 그리고 잘 해내고 싶으시다고요. 저는 낭탐님이란 나무가 어떻게 자라날지, 또 어떤 열매를 맺게 될지 너무나 궁금해집니다. 잠깐의 대화 속에서 ‘힘들지만 잘 해내고 싶다’는 열의가 느껴졌거든요. 아마도 머지않아 반드시 행복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어요.
"어떤 꽃을 좋아하시나요?"
이 글을 쓰기 시작할 땐 들뜬 기분이었는데, 어느새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네요. 역시 글은 좋은 방향으로 사람을 데려다주는 것 같아요. 문득 궁금해져요낭탐님은 어떤 꽃을 좋아하시나요? 5월은 꽃이 세상을 다 물들이는 계절이잖아요. 좋아하는 꽃 하나쯤, 마음에 품고 다니기 딱 좋은 계절. 우선 저는 낭탐님을 생각하면 맑은 물빛의 델피늄이 떠오릅니다. 지난번 보여주신 작업물이 퍽 말갛고 신비로웠거든요.
나무가 가장 반짝이는 연둣빛 오월의 끝, 부디 이 찬란한 계절을 낭탐님답게, 단단하고 힘차게 걸어가시길 응원할게요.
안녕!
2025.05.11~ 2025.06.08
*사실 알람뜨자마자 썼는데, 발행을 하기가 주저되어서 이제 발행한것입니다. 진짜임니다 믿어주세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