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린 사진 한 장이 말해주는 것
흔들린 사진 한 장이 말해주는 것
요즘은 인스타그램 피드보다 오히려 24시간 안에 사라지는 스토리, ‘지금’을 그대로 보여주는 콘텐츠가 더 반응이 좋다. bereal(비리얼)이나 rocket(라켓앱) 같은 해외 앱들이 인기를 끄는 것도 결국 ‘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갈망 때문 아닐까. 아무리 AI가 발전해도, 지금 여기에 있는 ‘나’는 어디에도 복붙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최근 Midjourney(미드저니), Runway(런웨이), Claude(클로드) 같은 생성형 도구들을 다루면서 콘텐츠가 앞으로 어디로 향할지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본다. 이미지든, 영상이든, 글이든 이제는 레퍼런스만 있으면 '복사-붙여넣기'로 충분히 잘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시선을 머물게 하는 건,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개인이 가진 고유한 ‘감수성’에 있다.
내는 어제 친구들과 이태원에서 저녁을 먹으며 사진 몇장을 찍었다. 사진은 구도라고 할 것도 없이, 초점도 흔들리고, 조명도 어설펐지만 그 안엔 분명 순간의 내가 남아있다. 이런 사진은 시장성은 없을지 몰라도, 누구보다 나다운 결과물이었다.
사람들이 스토리텔링에 열광을 한다지만 결국 스토리의 핵심은 사람의 흔적이라는 생각이다. 더 나아가 최근 에스파가 쏘아올린 ‘더티코어’ 같은 스타일이 유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 아닐까? 깨끗하게 다듬지 않은 실제 사용감이 있는 것들의 흔적. 가공, 정제, 생산성, 효율… 그 반대편에 있던 것들이 이제는 오히려 가장 주목 받고있다.
쓸모없어 보이던 것들. 마침내 무용(無用)이 유용(有用해지는 시대에 내가 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