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동네의 다채로운 분위기가 좋다. 서울 여의도의 평일 낮시간은 온갖 바쁜 직장인들로 거리가 붐비지만, 밤이 되면 그 넓은 8차선을 가로질러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반듯하게 세워진 빌딩숲 속 아무도 없는 도시의 모습은 마치 영화의 세트장처럼 느껴진다.
잘 가꿔졌지만 인적이 드문 곳이 그래서 좋다.
뭔가 나만을 위한 특별한 장소처럼 느껴진다 해야 하나. 주인공이 될 리가 만무한 내 삶 속에 특별한 시간을 만들어주는 공간의 선물 같은 장소들.
우리가 오늘도 모이고, 흩어지고, 머무른 공간은 시간에 따라 무수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2024.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