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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kick)으로 범벅된 세상

돼지국밥의 킥이 뭐냐하면

by 보요




휴대폰 스크롤을 가만히 내리다 보면 나에게 당장 필요한 글이 폭풍처럼 쏟아집니다. 놓치면 안 될 꿀 정보인 것만 같아, 정말 쉴새가 없어요. 정신없이 저장과 공유하기, 캡처와 메모하기까지 하다 보면 내가 이곳에 쉬러 왔나 일하러 왔나 싶은 헷갈리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나야 들기름”

올해 유행어가 있지요, 최강록 셰프의 ”나야 들기름~“

저는 사실 흑백요리사를 보지는 않았지만 들기름의 역할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음식의 킥(kick)이잖아요. 같은 음식도 들기름 몇 방울이면 풍미가 살아나고 감칠맛이 돌지요. 하지만 혹시 요리하다 실수로 들기름을 너무 많이 넣었을 때 기억하시나요? 맛을 헤치게 됩니다. 뭐든 그런 것 같아요.


나에게 소위 킥이라고 쏟아내는 알고리즘을 너무 많이섭취하다 보니, 저에게 킥이 무엇인지 분별하기 조차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해야 할까요. 이따금 무해하고 성글게 누워있는 평온한 글을 마주할 때면, 아주 해갈이 되어 심적 스트레칭이 되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바짝 긴장했다가 숨을 좀 돌릴 수 있게 해주는 기분이요.


도파민에 절여진 콘텐츠를 계속 소비하다 보니 더 자극적인 어떤 것을 찾게 됩니다. 더자극적인, 더더더더 자극적인 무언가를요. 이 끝에는 그럼 도대체 어떤 콘텐츠가 남아있게 될까요. 아찔함에 잠시 글을 쓰다 숨을 쉬어봅니다.


오늘은 러닝을 오랜만에 한판하고 뜨끈한 맑은 돼지국밥을 먹었어요. 아시나요? 심심하고 깊은 맛에 소금 몇꼬집이 킥입니다.



아닝가. 오징어젓갈이 킥인가, 부추무침인가… 또 헷깔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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