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지인 Sep 26. 2023

힘든 길 혼자 걷고 있는 당신에게.

한 순간 이겨낼 수 있는 실질적인 도움 몇 가지


작년 2022년 9월, 보증금 반환 사고가 시작됐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까지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해결을 위해 민사소송을 시작했다. 승소를 했지만 악성 임대인은 합의도 안 해, 승소에 불복해서 항소도 해, 점점 소송이 길어지게 만들고 있다. 임대인은 그 와중 집을 침범했다. 그래서 내가 형사 고소까지 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경찰이나 주민센터에 전화를 해 내게 민원 전화를 시달리게 했다. 공황발작이 왔다.

그리고 그 와중에 할머니까지 돌아가셨다. 나는 완전히 붕괴됐다.


장례식이 끝나고 집에 왔다. 모두가 잠든 시간, 잘 수가 없어서 소주 한 병을 까고 엄청 울었다. 그러면서 웃었다. 30대 초, 내 몇 친구들은 결혼도 하고 해외여행도 가는데 왜 난 이일을 한꺼번에 겪고 있는지 웃길 일이었다.


하지만 질 수 없었다. 내가 무엇이랑 싸우는 진 몰라도 지금 싸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더 이상 피해자로, 힘든 사람으로, 위로받아야 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나의 정의는 내가 하는 거니까.



나보다 더 담대한 사람을 생각하자,

그 사람이라면 지금 어떻게 대처했을까?


힘든 날, 침대에 누워 홀로 걱정과 싸울 때 외롭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내가 평소에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떠올리는 것이다.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상황에 대한 최적의 조언을 해주는 서장훈

나는 무엇이든 물어보살을 좋아해서 서장훈의 조언을 귀담아듣는 편인데, 서장훈은 지난한 세월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동정, 연민의 눈을 멀리하고 그 사람에게 최적의 조언을 한다. 어떤 힘든 상황에 있어도 그것을 이성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바라보다 보면, 힘든 감정이 좀 옅어지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출처 KBS조이



힘들어도, 유쾌하게 펀자이씨툰

내가 좋아하는 인스타툰 작가이다. 맨 처음에는 유려하고 귀여운 그림체,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진중하고 솔직한 얘기가 재미있어서 팔로우를 했지만, 요즘은 본인 어머니의 치매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그린다. 딸로서 어머니의 치매 진행에 있어서 얼마나 많은 좌절을 했을까,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유쾌하게 풀어내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정말.. 내가 닮고 싶은 사람이다. 모든 상황에 유쾌한 해답을 이끌어낸다.

 

ⓒ 2018. 펀자이씨 All rights reserved / 원하시면 얼마든지 사진을 지우겠습니다.



그 외, 박명수, 유재석 등등 아마도 나보다 더 힘든 시절을 겪었을 유명인들을 떠올려보면

내가 그들을 잘 모를지라도, 지금의 나에게 별거 아니라는 듯 위로를 해줬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든다.


그렇다 보면 홀로 고민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Plus

내가 작은 먼지 한 톨이고, 나는 엄청난 거인이 되어 그 나를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잠시나마 무겁고 두려운 고민에서 한층 멀리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좀 더 담대한 사람이 되자.




힘든 상황은 버티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나의 기본 상태인 것이다.


"좀만 더 버티자"

라며 출근하는 길에 생각한 적 있었다. 하지만 내 생각보다 보증금 사고를 해결하기 위한 시간은 길어졌고

난 결국 무너졌다. 왜냐하면 내가 버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버틴다는 것은 버팀에 끝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사람은 평생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버틴다는 것은 어쨌든 나의 뭔가가 막혀서 분출되지 못하는 상태이다. 계속 참고, 기다리고. 하지만 사람은 그럴 수 없다.


그러니 이 상황을 정말 어렵겠지만, 나의 기본 상태라고 인지를 하는 것이다. 피할 수 없다면,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것은 그저 그 안에 머물러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기본 배경으로 받아들이면, 원래 버티던 그 상황 안에 나의 새로운 것들이 들어올 수 있게 된다. 내가 버틴다고 생각을 할 때, 그 상황에 몰입해서 다른 것들을 못하게 되면 나의 온 일상은 내가 힘들어하는 것으로 채워지게 된다. 그러니 그걸 배경으로 빼두고, 내가 기존에 좋아하고 행복해하던 것들로 채워야 나의 일상이 힘듦에도 불구하고 유지가 된다.



Plus

도저히 기본상태라고 받아들이기 어렵고 힘든 일에 몰입하는 것을 멈출 수 없다면,

몰입하는 중간에라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운동을 가고, 일기를 쓰고, 사람들과 얘기를 하고 등등

중간중간에 행복의 책갈피를 넣어두려 노력하자. 책갈피가 쌓여 하나의 책이 될 수 있도록.



힘듦을 나의 콘텐츠로 활용하자


이 말을 하면 다양하게 욕을 먹을 수도 있겠는데, 이 힘듦은 어쩌면 기회일지도 모른다. 수많은 사람들 중에 내가 그 힘듦의 당사자가 된 것이다. (불치의 병이나 아프신 분들에게는 죄송합니다.) 그저 피해자가 될 수 없다.  나는 그래서 이 막장보다 막장드라마 같은 내 사연을 팩션으로서 표현하기로 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임대인이 또 악성 짓을 하면 그게 또 감사해진다 '소재 득템'



나처럼 외부적으로 표출하는 콘텐츠로 만들지 않아도 된다. 단지 그것을 그냥 보내지 말고

일기를 쓴다던가, 내 솔직한 마음을 영상으로 찍어본다던가의 하는 '일종의 기록하는' 행위를 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그때 남겼던 솔직한 마음들은 긴긴 당신의 인생에 충분한 자양분이 되고, 언젠가 또 힘들 당신에게 큰 힘이 되어줄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상담소를 이용하고,

정신과 상담을 받자


형사고소를 진행하던 날,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몸까지 아팠었다. 그래서 회사 복지 중에 상담소 기능이 있어서 온라인으로 전화 상담을 진행했다. 나의 사회화된 대화스킬은 1시간 내내 둥둥 떠다니는 듯했지만 상담이 끝나고 정말 울어버렸다. 그리고 그 심정을 다 적었다. 나는 너무 나를 못 챙기고 있었다. 내 안에 작은 어린아이가 울고 있었던 것을 내가 모르고 있었다. 거울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나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 이후로 가끔 내 안에 있는 어린아이에게 지금은 어떤지, 불편하지 않은지를 물어본다. 가끔은 대답해 주는데, 요즘은 또 대답을 해주지 않는 것 같다. (심리학적으로는 그것을 원초본능, 이드(id)라고 말한다고 한다. 나는 최근에 내가 이성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 많았기 때문에 초자아가 내 자아와 원초본능을 다 누른 것이 아닐까 싶다.)


여하튼 상담 이후, 내 마음을 더 쉽게 읽을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난 평소에 내가 나를 많이 읽는다고 생각하는데 그것보다 더 솔직하고 원하는 것을 위주로 생각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정신과 상담을 받는 것도 좋다. 나는 내가 스스로 멘털이 세고 나 스스로를 잘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스트레스 또한 내가 잘 해결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공황발작 후 내원했던 정신과 병원에서 내가 불안장애와 공황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롸?) 


나는 멍을 때려본 적이 없다. 그러니까 아무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게 되나? 그런데 그게 비정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잠을 푹 자본적이 없다. 나는 그것이 내가 잠자리에 예민해서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 또한 정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말 놀랐다.


나는 세로토닌을 전달하는 것이 남들보다 빈약하고 스트레스를 없애기 위해 내 뇌는 겁나 노력하지만 그게 되지 않는 상태라고 했다. 지금 스트레스를 눈앞에 직격으로 보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나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없는 것이라고. 그래서 지금 내가 나를 정상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조금 놀랐지만, 의사 선생님 말을 듣고 약을 처방받았다. 세로토닌과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에 좋은 약들을 받아서 이제 먹은 지 약 3주 정도가 된다. 


어떻게 됐는지 아시는가? 이만한 안정을 내가 얻은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내 존재로서 행복을 느끼는 중이다. 내가 얼마나 이전에는 긴장과 예민과 짜증에 살았는지 대비되어 생각이 든다.

그러니 정말 스트레스에 어찌할 바를 모를 때는 정신과 전문 병원에 가서 상담을 꼭 받아보시라. 

나도 내가 정상인줄 알았다.



마지막으로..

지금 당장 해결되는 건 없으니, 적극적으로 쉬시라


만약 나와 같이 시간이 해결해 주는 일에 힘들다면, 머리로 과몰입해봤자 해결되는 것이 없다.

만약의 만약과 만약을 위해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는 거, 나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중간에 멈춰

10분이라도 침대에 누워서 아무 생각도 하지 말아 보시라. 그 10분은 당신에게 엄청 큰 에너지로 돌아올 것임을 장담한다.







그리고, 고통의 길 한가운데 서 있을 때, 내게 위로가 돼준 댓글이 있다.

내 글로 영감을 받은 분의 댓글이 나에게 또 영감을 주었다. 글 쓰는 것에 감사를 한, 하루였다. =)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