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집중력>을 읽고
이 글을 읽고 오기 전에 https://brunch.co.kr/@gg2/29을 읽고 오면 좋겠다.
책 중간에 저자가 니르 이얄과 대립(?) 하는 내용이 있는데 이 책을 읽어봤던 입장으로서 그 니르 이얄의 '낙관주의'를 저자가 몹시 싫어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 부분이 꽤 재밌다.
책의 요약
사람은 멀티태스킹을 할 수 없다.
사람은 성과(관심)에 의해서만 움직이지 않는다, 몰입으로써 찾는 무아지경으로 자신의 온건을 되찾는다.
수면 시간의 저하는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긴 호흡의 소설을 읽지 않는 사회는 집중력과 공감력을 떨어뜨린다.
딴생각은 나쁘지 않다. 우리가 이해를 하는데 필요한 필수적인 연결 양식이다.
집중력을 빼앗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거대 테크 기업이 우리의 집중력을 해치고 있다.
우리는 개인적으로 이 집중력 저하 현상을 타파할 수 없다.(노력은 할 수 있어도)
스트레스 상황, 업무 과다 현상, 질 떨어지는 식단은 집중력을 저하시킨다.
회사 책 모임 때문에 이 책을 읽게 되었지만, 계속 줄 글을 그어가며 책을 읽었던 것 같다.
꽤나 즐거운 책이었다. 물론 가끔 집중력을 도둑맞아 띄엄띄엄 보게 되었지만 말이다.
그렇다. 최근엔 꽤나 내가 어느 한 개에도 집중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선물 받은 츄파츕스를 깨물어서 삼키지 못하고 단 한번 핥아,
감질맛이 나는 것처럼 내 생활이 붕붕 떠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도저히 모르겠다. 책상을 먼저 치워야 할지, 침대에 있는 옷을 먼저 치워야 할지 우선순위 없이 갈팡질팡 한다. 그러다가 아무것도 못한 채로 그냥 누워서 유튜브를 보게 된다. (근데 사실 유튜브도 뭐 볼지 몰라서 바로 나와버린다. 웃기지 않나?)
이 글의 요지는 우리는 우리 삶에 중요한 것에 집중하고, 시간을 써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상황(스트레스, 수면저하, 멀티태스킹 등..)들이 생겨서 필요한 집중력이 온갖곳에 흩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개인이 처리할 수 없는 문제이므로 사회가 인식하고 시스템을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사회가 인식하고 바꾸려는 노력이 무엇인지는 책으로 보시면 좋겠다.)
우리는 왜 우리의 시간을 제대로 쓰지 못할까? 내 생각에는
스스로 본인의 우선순위를 모르고 있다.
우선순위를 알아도 중요한 일은 무조건 어렵거나 머리를 쓰거나 등 시작하기 힘든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관심을 가져갈 것들로 집중력을 옮긴다. 점차 이 루틴이 반복되며 유튜브, 인스타그램은 우리를 학습하고 우리가 좋아할 콘텐츠들을 더 퍼 나른다. 사람들은 부정편향 성향이 있으므로 자극적인 것에 더 열광한다. 그래서 더더 정신에 해로운 콘텐츠만 보게 된다. 그리고 계속 반복이다. 정신을 차려봐도 이미 호르몬의 배관은 내가 앞선 행위들을 반복하도록 훈련이 되어있기 때문에 벗어나기가 다소 어렵다.
그렇다. 집중을 할라 해도 갑자기 떠오르는 해야 할 것들, 확인해야 할 것 같은 메시지 알림, 도저히 집중하기 어렵지 않은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알림을 off 하는 것, 애써 무시하는 것뿐이 아니던가?
그렇게 해서 막상 해야 할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정말 그게 집중이 되던가? 꽤나 시간이 많이 필요한 일이다.
한 번 집중의 시간을 가졌다고 해서 집중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도 아니다. 정말 가끔 가지는 집중 타임이 나를 새 생명으로 만들어 준 것처럼 자위할 뿐이다. (너무 냉소적인가?) 여하튼 우리는 집중하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서론이 길었다. 여기서부터가 본론이다. 나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비즈니스 모델이 확실한 IT기업에 다니고 있다. 회사의 목표는 나의 목표이며 나는 그것을 드라이브하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다. 나의 주 업무는 사람들의 집중을 빼앗아 상품을 구매하게 만들며 그것을 반복하게 하는 일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양가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집중력을 빼앗는 시대에 일조했다는 사소한 죄책감'과 동시에 '사람을 어떻게 하면 집중시킬 수 있는지 방법론을 배웠다는 것의 즐거움'을 말이다. 오, 사람이란...!!!
물론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실제로도 불법도 아니고 (불법이었다면 이미 회사가 망했겠지) 사용자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주니까 말이다. 그리고 한낱 6년 차 디자이너가 얼마나 사람들의 집중력을 빼앗았겠는가?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꽤나 큰 윤리적인 의문이 든다. '디자이너로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집중력을 해하지 않게 하면서 비즈니스를 달성할 수 있을까?' 지금으로선 답이 없어 보인다. 말이 안 되는 얘기 같고.
근데 말이 안 되는 얘기를 하면 안 된다는 법도 없다. 그냥 인지나 해보자는 것이다. 우리는 디자이너고, 비즈니스를 드라이브하기 이전에 사람을 위해 설계하는 사람이다. 생각의 일렁거림이 난 큰 파도로 돌아올 것이라 생각한다. 곧 있을 책 모임에서 이 물음을 가지고 얘기를 나눠보고 싶다. 우리는 뭘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을 위해서 곧 우리를 위해서? 우리 또한 집중력을 해체당하고 있으니, 해체당하지 않을 수 있는 우리만의 방법을 한 번 찾아보자고! 왜냐면 우린 디자이너니까, 얘기나 나눠보는 게 어떨까?
(아 이것 또한 저자가 싫어한 개인적인 낙관주의일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