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성달 May 10. 2023

사랑에 대하여

그게 어떤거길래 당신은 유일무이하구나


 나는 사람을 잘 믿지 않고 살아왔다. 20대까지만 해도. 처음에는 경계심을 가지고 있다가 벽이 허물어지면 간도 쓸개도 내어줄만큼 믿기도 했다. 내가 아는 사람중에 다른 사람이 있구나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쉽게 사람을 믿었다가 나를 떠나가면 그럼 그렇지하고 금새 보내버리고 역시 인간은 신뢰할 수 없어라는 생각을 가졌었다. 

 남자나 여자나 상관없이 모든 인간은 믿지 못할 존재다라는 생각을 어느정도 하고 살았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일 뿐 언제든지 마음은 변할 수 있기 때문에 그걸 내가 온전히 믿는다면 내가 어리석은 인간이지라고 생각했다. 속고 싶지 않았고 믿고 싶지 않았다. 


주변에서나 티비에서 평생의 동반자를 만났다며 말하는 사람들을 보며 저게 가능해?라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했었다. 과연 평생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 사람이 존재할까?

인간존재에 대해서 성악설을 믿었던 것 같기도 하다. 서로 불편하지 않으려고 질서를 지키고 서로 배려하고 사랑을 나누지만 결국 그건 자신을 위한 일이라고 느껴졌다. 

내 스스로가 나를 그렇게 느꼈기에 내가 가진 인간에 대한 믿음도 그랬으리라 생각한다. 나의 마음도 시시각각 변하고 나의 이득을 위해서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하기도 하지 않는가. 나 또한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는데 누구든지 가면을 쓰고 나를 대할거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삶에 대해 회의적이기도 했고 미래가 캄캄했고 그다지 좋은 꿈을 꾸지는 못했다. 나의 한계는 명확하게 있다고 생각했으며 흙수저로 태어났기에 흙수저로 마감할거라 생각했다. 수저론을 지금은 믿지 않지만.


외모와 상관없이 마음속은 황폐했던 것 같다. 인간자체에 대한 신뢰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한것 같다. 그래도 사람을 좋아하긴 했다. 좋은 사람들을 좋아했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을 주변에 두고 싶었다. 그러다가 지금의 신랑을 만나게 되었다.


이 사람은 특이하다. 내가 본 사람중에 내가 판단한 인간의 본성을 가지지 않았다. 사랑이 많은척하지만 본성은 자신에게로 향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을 꾸밀줄 몰라서 다 드러내버리다보니 어리숙해보였다. 그건 지금도 여전하다. 꾸미려고 하지만 꾸며지지 않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남녀간의 사랑이라기보다는 사랑 본성에 대해 내뿜고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이 사람의 성격과 성향과 태도에 대해 존경심이 들때가 있다. 사랑이라는 본질에 대해 고민하지 않지만 그걸 그냥 행하고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가족에 대한 사랑, 자식에 대한 사랑에 한정적이긴 하지만 그 모습은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랑의 본질이다. 내가 인간세계에서 없을거라고 생각했던 그 사랑이다. 어떤것도 따지지 않고 온전히 내어주는 것이 가능한건가보다. 나도 그럴 수 있을까. 쉽게 그렇게 하겠다라고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을 깊숙한 곳에 알멩이 같은게 있다. 그 겉이나 주변은 흐려지고 지저분해져도 금새 치우면 그 알멩이가 있다. 변하지 않는 다이아몬드처럼 항상 그자리에 있다. 그게 원래 타고나는 줄 알았는데 그걸 계속 보다보니 나에게도 그 알멩이가 생기는 것 같다. 

사랑도 학습이 되는구나. 사랑의 태도도 배우고 익히면 알멩이가 생기는구나.

사람인지라 금새 또 안보면 잊어버린다. 이기심에 옹졸함에 다투고 섭섭한 말 쏟아내도 그 알멩이가 드러나면 다시 원점이다. 변하지 않는게 있기에 사소한 마음들은 중요치가 않다. 

사람이 사랑을 위해서 태어났다거나 행복을 쫓느다거나하는 희망적인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삶 자체가 고통스럽고 고난의 바다이고 감정의 소용돌이를 헤쳐나가는게 인간의 삶이라는 것에 더 동의한다. 


그렇지만 자식이 뭐라고. 딸을 낳고보니 삶이라는 게 잔잔한 호수에 사는것만 같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가끔 돌이 떨어져도 다시 잔잔해지는 호수에서 살게 되길 바라게 된다. 사람 마음 참 뒤집기 쉽다.

자식이 뭐라고. 사랑이 많은 사람이 인간의 삶이었으면 한다. 사랑하지 않고는 인간의 삶이 완성되지 않는다고 믿고 싶다.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남을 사랑하고 세상 생명을 사랑하는 것이 결국은 이치구나라는 걸 믿고 싶다. 배려와 존중으로 잘 다듬어진 사랑을 믿고 싶다. 

그 사랑을 온몸으로 내뿜고 보여주는 사람 곁에서 나도 계속 이렇게 살았으면 한다. 이제 나이먹었는지 건강해야하구나 싶다. 


그 변하지 않는 알멩이에 대한 믿음을 가지게 된 것에 감사하다. 그게 변하지 않고 잘 보듬어서 간직하다가 머리가 파뿌리가 될때 함께 가지고 가겠지. 혹시라도 그게 내가 모르는 알멩이더라도 계속 속여주기를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장 편한 사이라서 비롯된 서운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