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의 순간, 몸에서 나오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있다. 코르티솔(Cortisol). 이 호르몬이 분비되면 면역력이 저하되고 혈당이 높아지는 등 몸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때로는 항염증제로 각종 염증성 알레르기 질환 치료에도 쓰인다. 이렇게 과학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경험상 생활 속 긴장의 순간들은 나름의 순기능이 있다.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면 일을 할 때 실수를 줄여주고 그로 인해 업무 능력도 향상이 될 수 있다. 건강에 있어서도 긴장감 제로 상태로 퍼져 있는 것보다는 약간의 타이트한 긴장을 주면 살도 덜 찌고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적어도 나의 경우엔 그렇다.
회사를 다니면 이런 긴장의 순간을 자주 만나게 된다.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심장 뛰는 소리가 내 귀까지 들리는 경험을 한다거나 다음 날 큰 행사를 앞두고 늦잠을 잘까 전날 밤 잠을 설친다던가 하는 것 들이다. 이럴 때면 여지없이 코르티솔이 분비된다. 그렇게 몸의 모든 감각과 정신을 일깨우는 긴장감이 있었기에 실수 없이 모든 일을 마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이렇게 도움이 되는 스트레스를 '기분 좋은 긴장감'이라고 부른다. 결과를 알 수 없어 불안 하지만 일에 대한 의욕과 긍정적인 생각이 합쳐져 마음이 붕 뜨는 것 같은 상태를 이른다.
처음 '기분 좋은 긴장감'이라는 말을 쓰기 시작 한 건 10여 년 전이다. 입사 후 처음으로 맡았던 대형 행사의 유치를 위해 출장을 다녀오던 길이었다. 4년 후 치러질 그 행사를 꼭 한국으로 유치하겠다는 비장한 각오와 앞으로 펼쳐질 시간들에 대한 기대로 온 몸의 털이 쭈뼛서고 가슴이 뜨거워지는 경험을 했다. 엔도르핀이 마구마구 도는 기분? 워낙 대형 행사였기에 그 기분을 지방 신문에 기고할 기회가 있었다. 그 기고글에서 처음 그 말을 사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요즘 나를 보면 이 기분 좋은 긴장감에 중독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휴직 후 이런 긴장감을 느낄 일이 없으니 내가 직접 이런 상황을 찾아내어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 긴장감을 쫓아다니기라도 하듯 각종 시험을 보러 다니며 계속 무언가에 도전하며 보내는 것이 이제 일상이 되어 버렸다. 학교에서 내 준 과제만으로도 정신없이 벅찰 때가 많은데 그보다 더한 강도의 긴장감을 찾아다니는 것을 보며 정말 나도 나를 못 말리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어찌하랴?
긴장감 없는 하루를 보내는 것이 내겐 더 힘들다.
브런치를 시작하며 쉬는 법을 배우겠다고 해놓고선 제주에서의 강제 고립에서 벗어나자마자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뛰어다니고 있다.
이제 고작 휴직 후 한 달 반이 지났을 뿐인데 20년 만에 가장 오랜 기간을 쉬어보니 생각보다 제대로 쉰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