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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cycle Grand Tour Jun 30. 2023

방랑의 노래 - 자전거 세계일주 #7

< 최高 도시 리탕 > 



    


    별 일이 없다면 아마도 오늘 리탕에 도착할 것 같다. 속이 뻥 뚫릴 정도로 상쾌한 공기를 들이마시고, 높은 봉우리들을 발아래 둔 채 달려 나간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시라는 타이틀이 붙은 곳, 리탕과 그 주변은 4000미터 이상의 고지대다. 고산병 증세는 없지만, 확실히 평소보다는 체력 소모가 크기에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진다. 짐을 챙겨 출발할 때는 해지기 전에 리탕에 도착할 거라 생각했지만, 페달은 점점 무거워져만 가고 해는 이미 먼 산 너머로 자취를 감춰버렸다. 중간에 텐트를 치고 캠핑을 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조금 더 힘을 내보기로 한다. 저녁 어스름마저 칠흑 같은 어둠에 곧 사라졌고, 나 홀로 가로등 하나 없는 길을 달린다. 그러다 자정 무렵 마침내 도시에 도착했고, 나름 여행자 사이에서 유명한 숙소(포탈라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갔다. 


    도미토리 30, 더블룸 120. 나는 여기에서 최소 3박은 할 셈이라 도미토리를 선택하려 하는데 물을 쓸 수가 없단다. 샤워는커녕 세수조차 할 수 없는 상황. 더블룸은 용암처럼 뜨거운 물이 콸콸 잘 나왔지만 계획했던 것보다 많은 비용이었기에 주저하고 다른 곳을 알아보는 척 주섬주섬 짐을 챙기니, 주인분께서 갑자기 값을 후려치신다. 더블룸 70! 그렇게 해서 리탕에서 3박 4일간 머물 숙소가 결정됐다. <2018.11.29. 리탕> 


< 포탈라 게스트 하우스 >



< 티베트 전통 음식점, 수유차 양이 많다 >

    

 

< 야크 버터 가게 >



< 티베트 전통 의복 상점 >


    마을에는 티베트 전통 의복 가게와 야크 버터 가게가 꽤 많다. 전통 옷을 살까 잠시 고민해 보았지만 자전거 타는 데는 많이 불편할 것 같아서 금방 포기했다. 하지만 버터는 시식용으로 조금 먹어보니 생각보다 느끼하지 않고 맛있다! 비상식량용으로 넉넉히 구매했다. 



< 7대 달라이 라마 출생지 >



< 7대 달라이 라마 출생지 >


    



< 게사르 왕 광장 >



< 리탕사 >




< 리탕사 법회 >



   1956년 6월 1일, 순례자들로 가득한 리탕 사원이 폭격을 받아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폭격 외에도 고문, 살해 등 중국군의 광범위한 탄압이 있었던 이곳 리탕이다. 80년대만 하더라도 폐허 같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런 아픈 역사를 찾기 힘들 정도로 정비되어 있다. 


    지나다니면서 보이는 마을 사람들은 노년층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날 법회가 있던 터라 모두 손에 작은 마니차를 돌리며 리탕사로 향한다. 나도 그들을 따라 같이 갔는데, 앞에서 설법하는 라마승과 그를 향해 연신 절을 하는 사람들이 엄숙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한참을 앉아 있다가 사람들을 따라 밖으로 나갔는데 사원 뒤쪽 언덕으로 코라(신성한 장소 주변을 시계 방향으로 도는 티베트 의식)를 돈다. 리탕이 한눈에 보이는 곳이다. 


< 리탕사 뒤편 언덕에서는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


  




    일상적 삶의 한가운데에 종교가 자리하고 있는 이곳, 티베트. 높은 곳에는 어김없이 룽따와 타르초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고, 마을 곳곳에서는 마니차를 돌리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걷는 와중에도 조그마한 마니차를 손에 쥐고 돌리는 그들의 불교에 대한 믿음이 너무 순진하지는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 때면, 다른 종교를 떠올려보며 비교를 해보게 된다. 애초에 종교적 신념이란 증명할 수 없는 이성의 도약을 동반한 것이고, 이 세상에 대한 하나의 거대한 설명 체계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처음 종교가 발생한 기원이나 목적이 무엇이었든, 내가 보기에 이곳이든 우리나라든 지금의 대다수 종교인들은 원시종교에서의 기복신앙적인 태도를 넘어서지 못하는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경전 한 번 읽는 효과를 바라며 마니차를 돌리는 그들의 행위와, 시험을 잘 치르길 바라며 불공을 드리는, 혹은 교회에서 기도를 하는 사람들, 이들의 종교적 행위는 정화수를 떠놓고 무언가를 빌고 있는 행위와 과연 어떤 점에서 다를까.

 

    그러나 티베트 지역에 머물러보니 이곳이 얼마나 척박한 곳인지를, 그래서 이 지역 사람들에게 있어서 자연이라는 대상이 어떻게 느껴졌을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물론 어느 문화에서든 고대인들에게 자연이란 경외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순식간에 모든 것을 앗아갈 수 있는 공포의 대상이었겠지만, 티베트의 극한 환경에 비할 곳은 별로 없어 보인다. 고대 티베트 사회에서는 신령과 통하기 위한 주술적인 말을 음송한다는 의미의 ‘뵌뽀’라는 말이 있었는데, 이것이 점차 종교 지도자를 의미하면서 초기 토착 종교인 ‘뵌뽀교’가 생겨난다. 이 뵌뽀교는 하늘, 땅, 해와 달, 별, 산천 등의 자연 현상을 숭배하는 자연 종교였는데, 이후 인도로부터 전해진 불교와 융합되어 오늘날의 티베트 민간 신앙 속의 여러 종교의식과 사상 관념에 여전히 남아있다. 가령, 티베트의 장례 방식 중의 하나인 ‘천장’ 혹은 ‘조장’은, 동토가 대부분이고 땔감을 구하기 힘든 그 지역의 자연환경 때문에 ‘토장’이나 ‘화장’ 대신 불가피하게 자리 잡은 문화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거기에 주술적, 종교적인 의미를 불어넣어 척박한 환경 속에서 삶을 견뎌내는 것이다. 


    티베트 ‘사자의 서’는 죽음과 환생 사이의 중간계에 대한 상황을 묘사한 것으로 알려진다. 내면에 존재하는 영혼의 흐름에 관한 그 이야기는 단지 하나의 이야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그들의 삶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고, 오랜 시간 이어질 수밖에 없는 앞으로의 또 다른 삶과 죽음, 그리고 환생의 수레바퀴를 굴려나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지침서가 된다. 언젠가는 그 굴레에서 벗어나길 바라며 현생에 미련을 두지 않는, 우리의 삶에 대한 태도와는 많이 다른 그들의 문화에 관심이 가는 것은 도시적 삶에 찌든 나의 빈곤한 정신세계를 채우고픈 욕구 때문이리라. <2018.11.30. 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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