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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성민 Jul 04. 2024

도서전이 끝나고 난 뒤

2024 서울국제도서전이 끝나고서 장마가 시작되려고 합니다. 비가 오니 도서전에서 구매했던 책을 들고 조용한 집이나 카페,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맑은 날씨의 일상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도서전에 인파에 놀랐겠지만 그 안에서 재밌고 의미 있는 이야기를 만났기를 바랍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어떤 마음과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기억되는 방향이 달라질 수 있을 테니까요. 이런 감정과 기억 모두 도서전이라는 커다란 행사로 인해서 다양한 인물들이 엮이고 연결되면서 시작되는 듯합니다.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지만 도서전 운영 관계자분들 모두 수고하셨고 감사했습니다.


저는 이번 참가로 현장에서 ‘하작가의 서류뭉치’를 소개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아직은 날것의 이야기와 콘텐츠를 가벼운 마음으로 준비했고, 사람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했습니다. 단편 소설들을 재밌게 읽어주신 분들, 프로젝트에 대한 궁금증으로 질문해 주신 분들, 이미 알고 계신 분들, 구매해서 잘 읽겠다고 서류뭉치를 들고 가신 모든 분들이 반가웠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쓰고 서류뭉치로 만나볼 수 있게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단편소설 직거래 프로젝트 <하작가의 서류뭉치>는 매월 새로운 이야기와 우편으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도서전을 계기로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을 갖고서 계속 써 내려가 보겠습니다. 도서전 현장에서 우리가 소멸하는 방법을 만나보셨던 관람객분들, 다른 곳을 구경하느라 아직은 못 만난 분들, 모두 각자의 일상에서 잘 살아가다가 좋은 때에 다시금 만나는 순간을 기다리겠습니다.


도서전이 끝나고 며칠 흐르지 않았는데 마음이 먹먹한 소식들을 듣고 있습니다. 부디 모두 무탈한 일상을 보내시기를 바라는 마음에, 어젯밤에 한 소중한 친구가 알려준 글귀 한 부분을 적어봅니다. 박주영 판사가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남기는 당부의 말 중 일부입니다.


"절대로 여러분 자신을 원망하거나 자책하지 마십시오. (중략) 주제넘은 말일 수 있지만 제가 겪은 바로는, 인생은 한없이 짧으면서도 또 길고, 세상은 견딜 수 없을 만큼 부조리하면서도 또 도저히 설명하기 어려운 선의가 동시에 존재하는, 참으로 불가해한 곳입니다. 한 사람의 전 인생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비록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기회와 시련의 횟수는 비교적 골고루 돌아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비록 여러분은 너무 빨리 인생의 난관에 부딪혔지만, 이미 정해져 있어서 언젠가는 만날 수밖에 없는 시련 중 하나를 남들보다 좀 더 일찍 만난 것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중략) 하루하루 견디기 힘든 나날이겠지만, 빛과 어둠이 교차하듯 이 암흑 같은 시절도 다 지나갈 것입니다. (중략) 부디, 마음과 몸을 잘 챙기고, 스스로를 아끼고 또 아껴서, 하루빨리 평온한 일상으로 복귀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 이 글은 독립 출판사 '우리가 소멸하는 방법'(@thewaywesomyeol)의 프로젝트 <하작가의 서류뭉치>와 연계하여 연재하는 에세이입니다. 

※ <하작가의 서류뭉치>는 매월 단편소설을 발표하고 주문한 독자에게 우편으로 발송하는 단편소설 직거래 프로젝트입니다. 아래 링크에서 '서류뭉치' 주문 및 작품 목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하작가의 서류뭉치>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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