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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번역하는 개발자 Mar 27. 2022

이럴 거면 공역하지 마!

IT 도서 번역자에게 묻다 Part 4

대상 독자: 도서 번역 초심자

이 포스트는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한 '번역 FAQ - IT 도서 번역가에게 묻다'를 텍스트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영상은 50분의 강의 시간에 맞추느라 일부 내용이 편집되었는데 텍스트 버전은 영상에서 잘린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50분 전체 강의 내용을 소개 1개와 FAQ 8개의 포스트로 나눠서 올립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번역 공정이나 역할과 책임 등을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세스나 R&R로 비유하고 있습니다. IT 업계 종사자가 아닌 분은 해당 내용을 건너뛰셔도 됩니다.


다음은 협업 방법에 대해 얘기해볼게요.


‘공역 시 분량 배분과 협업은 어떻게 하나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처음 번역을 하게 되면 번역할 분량이 부담되기도 하고, 마침 함께 공부하는 분이 있으면 공역을 하고 싶다는 유혹에 빠집니다. 이때 제가 드릴 수 있는 조언은 ‘둘 다 도서 번역이 처음이라면 공역은 하지 마라’입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번역은 상품을 만드는 과정이에요.

초보자가 많이 참여할수록 시행착오가 많아지고,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높아집니다. 익숙하지 않은데 할 말도 많아지면 실제 작업에 몰입하기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우선은 혼자서 작업하되, 베테랑 번역자의 도움을 받으면서 전체 공정을 완주할 걸 추천합니다.


디자이너나 베타 리더처럼 다른 역할자와 합도 먼저 맞춰 보고요. 두어 번 번역 공정을 익히고 나면 나름의 요령도 생길 겁니다. 어느 정도 경험이 쌓여서 공역을 해도 되겠다고 자신감이 붙으면 그때 공역을 시도해보세요. 그래야 시행착오를 줄이고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자신이 다른 공역자를 리드하거나, 다른 공역자가 나를 리드하는 게 아니라면 공역이 아니라 공멸이 될 수 있습니다.

 

공역을 하기로 했다면 다음은 분량 배분인데요.

단순히 페이지로 나누기보다 각자가 잘하는 영역으로 내용을 나누는 게 좋습니다. 단, 한 권의 책을 나눠서 작업하다 보면 용어가 통일되지 않거나 문체가 흔들릴 수 있는데요. 이럴 때는 각자 맡은 번역이 끝나면 서로의 분량을 교차해서 리뷰하길 권합니다. 같은 의미를 다른 용어로 썼다거나, 각자가 번역한 부분에서 충돌 난 부분을 찾는 거죠. 어느 정도 번역이 진행되면 표준을 잡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데요.


서로 활발히 소통을 하고 리뷰도 하면서 한 사람이 쓴 것처럼 균일한 품질이 나오게 조율하시면 됩니다. 정작 어려운 건 번역비를 나눌 때인데요. 각자가 기여한 정도가 다를 테니 서로가 공감하는 기준으로 번역비를 나눠 쓰시면 되겠습니다.


다음은 맞춤법 검사나 교정, 교열을 누가, 언제, 어떻게 하느냐란 질문입니다.

사실 기본적으로는 번역자가 다 해야 한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로 비유하자면

개발자가 테스트도 안 한 코드를 메인 브랜치에 머지하면 안 되는 거죠. 최소한 로컬 테스트는 하고

코드 리뷰를 해야 합니다. 소리 내서 읽었을 때 리듬감이 깨지거나, 호흡이 꼬일 정도로 긴 문장은 

가능한 한 짧게 끊어 줘야 합니다. 주술 관계가 맞지 않는 비문은 고쳐주고, 맞춤법 검사기를 수시로 돌리면서 자주 틀리는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메모해두세요. 보통은 같은 패턴으로 또 틀리거든요.


베타 리더는 독자의 입장에서 읽기 불편하거나, 내용이 잘못된 걸 잡아내는 역할인지라 베타 리더가 보기 전에 기본적인 오류는 잡아둬야 합니다. 아니면 베타 리더가 집중하기 어렵거든요.


편집자는 최종 관문입니다. 번역서의 품질을 결정하는 마지막 보루죠. 번역자가 아무리 책 내용에 대해서는 전문가라 할지라도 출판 분야의 전문가는 아닙니다. 그래서 상품으로 손색없게 모양을 갖추는 건 

편집자의 고유 영역이죠. 간혹 교정된 내용에서 번역자와 편집자의 의견이 갈리기도 하는데요. 자주 소통하며 풀어주시되, 정 결정하기 어렵다면 해당 분야에서 활동하는 현업 담당자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베타 리더 중에 현업 담당자를 두었을 때 번역서 품질이 높아지는 건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렇게 세 역할자를 거치면서 원고가 정리되면 프로토타이핑 과정으로 가제본을 만듭니다. 가제본은 실제로 인쇄될 모양과 가장 흡사하게 만드는데요. 치열하게 교정, 교열을 한 후에도 종이에 찍고 보면 안 보이던 오류가 발견되기도 하니 끝까지 긴장을 놓지 말고 집중해야 합니다.


번역을 하다 보면 다양한 협업을 경험하는데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협업 에피소드를 ‘번역의 재창조는 무죄 - 콜라보레이션’ 이란 영상으로 찍어둔 게 있습니다. 번역을 하면서 어떻게 협업하나 궁금하신 분은 

꼭 한번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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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의 삽화는 그래픽 레코딩 기법으로 그린 스케치 노트입니다. 그래픽 레코딩이 궁금하다면 ZZOM의 신간 '처음 배우는 그래픽 레코딩'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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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영상을 보시려면 '이럴 거면 공역하지 마!'를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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