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콜리너마저 콘서트

이제는 볼 수 없는 시간들

by 홍시

브로콜리너마저의 25년 12월 24일 연말 콘서트를 다녀왔다. 브로콜리너마저는 앵콜요청금지, 유자차, 보편적인 노래등의 히트곡이 있는 인디밴드이다.

남편과 나를 만나게 해 준 오작교밴드이기도 하다.

싸이월드 클럽이 유행이던 시절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의 여행자(기억이?)의 클럽이 있었다.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은 지금도 너무 좋아하는 노리플라이, 데이브레이크 등 많은 가수, 밴드들이 줄지어 나오는 음악 페스티벌이었다.

그 싸이월드 클럽을 들락이다가 연말에 브로콜리너마저의 공연을 혼자 보러 갈 거라는 어느 사람의 글을 보게 되었다. 우와 이런 사람도 있네 하고 파도타기를 하여

구 남자 친구, 현남편의 블로그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지금의 기억으로는 해질 무렵 안경을 쓰고 환하게 음악 페스티벌 장에서 웃고 있는 사진과 (알고 보니 그 사진은 다른 여자가 찍어준 것이었다.)

이상문학상 수상집을 모아 미래의 자녀와 같이 보고 싶다는 블로그 글에 마음이 부풀어 짧은 댓글을 달았다.

그랬더니 바로 날아온 네이버 쪽지. “다단계는 사절합니다.” 그래서 반발하는 마음에 다단계 아니라고 회사원이라고 하며 쪽지를 주고받다가

어느새 우리는 통화를 하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만나고 있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같이 4번을 보내고 결혼하게 되었다.

남편과 나는 음악, 독서취향이 같은 줄 알고 만났는데 알고 보니 너무 달랐다. 그래서 지금은 서로 각자의 취향의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본다.

그중에서 아직까지 함께 듣는, 홍시와도 같이 듣는 브로콜리너마저의 노래들.

홍시도 ”안돼요. 끝나버린 노래를 다시 들을 순 없어요. “ 앵콜요청금지라던지, ”이차를 다 마시고 봄날으로 가자 “ 의 유자차를

엄마의 강요 아닌 강요에 듣고 흥얼거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기다렸던 이번 공연 주제는 이제는 볼 수 없는 시간들이었다.

셋 리스트를 짤 때 고민을 많이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공연장에 도착하여 기다리는 순간

탁 소리와 함께 암막이 거둬지는 그 순간 어떤 곡들이 나를 설레게 할까 기대도 되었다.

초반에 그 모든 진짜 같던 거짓말을 들을 때 제일 좋아하는 노래가 벌써 나오다니 하며 어깨춤을 추어대며 연신 박수를 치고 손을 흔들었다.

그 이후에 어쿠스틱 메들리로

2020-말-흑백사진-할머니, 이후 홍제천에서+너를업고로 이어지는 리스트

마음에 영화 재생기처럼 늘어선 화면들이 나타났다.

2020년의 마스크를 구하러 다니고, 이동 동선을 추적하며 외출도 자유롭지 못했던 나날들, 갓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입사한 나의 앳 띤 모습,

까만 밤하늘에 작은 반짝이는 별을 보며 시골집에서 누워있던 날들이 떠오르며

정말 공연 주제처럼 이제는 볼 수 없는 시간, 나의 많은 시간들이 머릿속과 마음을 헤엄쳐 다녔다.

듣는 노래만으로도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그때의 온도, 공기, 냄새가 생각나는 밤. 한참을 그곳에 머물러 있었다.

공연장 불빛이 꺼지고 그 노래들은 나에게 천천히 걸어왔다.

이제는 스피커를 통해 들려지는 노래를 흥얼거릴 때 그날이 떠오를 것 같다. 그때의 무대, 공간, 노래, 사람들이 말이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