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사랑하는 일. 채수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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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구 수치가 마구 치솟는 내게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올라가라고 하셨다. 수 원 병원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있던 내게, 새벽 미사에서 만났던 수녀님의 말씀은 ‘다 맡기라 ‘ 였다.
…
나는 안다. 내맡김의 기도가 얼마나 강력한지, 그리고 그 마음 곁에는 절대 미움이나 원망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자기에 대한 용서, 그리고 다른 사람에 대한 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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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산다. 때로는 고민거리가 있었다 ‘오늘 하루만 잘 살자 ‘는 내 매일의 다짐이 있기에, 난 오늘도 씩씩할 수 있다. 그리고 자주 감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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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연수 대상자 명단에서 자기 이름을 발견한 그날, 치매에 걸려 자기를 잘 알아보지 못하는 엄마가 떠올랐단다.
“우리 딸 교장 선생님이 되는구나! 애썼다. 고생 많았어.”
…
엄마는 엄마다.
치매에 걸린 엄마도 엄마다.
신이 바빠서 각 가정에 파견했다는 작은 신,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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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무대 위에서 ‘주인공은 바로 나’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지나치게 남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나 없는 삶’의 인생은 더 이상 살면 안 될 것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적은 처음이었다. 돌이켜 본 적도 없었던 듯하다.
마포여성동행센터 사업을 통해 오늘을 산책하는 여자들이란 2025 마포여성기록아카데미 글쓰기교실에 참여하여 글을 쓰게 되었다. 이어 딸이 기록하는 엄마의 삶, 모녀구술생애사집을 통해 내 안에 숨어있던 나, 엄마와 나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글쓰기를 하며 아이를 낳기 전의 나와 낳은 후의 이야기, 마음 안에 맺혀있던 말들. 그리고 엄마 뒤에 숨어있던 나를 발견하면서 그 자체만으로도 큰 해방감을 주었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에서도 같은 내용이 이어진다. 글쓰기를 통해 시어머니와의 관계, 학교에서의 일들, 교사로서 앞서갔던 아버지의 모습 등을 풀어내셨던 모습들이 나에게는 커다란 해방감으로 다가온다.
나의 시어머니도 남을 헐뜯는 말, 외모로만 판단하는 말들을 자주 하셨고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수치스럽고 외면하고 싶었다. 하지만 싹싹하지 못한 성격을 가진 남편대신 내가 더 잘해야지. 말 한마디 더 잘해야지 이런 생각을 했지만 그로 인해 마음의 일어나는 폭풍은 남편에게 풀어내고 있었다.
그런 나를 솔직하게 들여다보고 어머니에게 그런 말씀은 하지 말아 달라고 불편하다고 말씀드리니 어머니가 내가 그랬니? 하며 놀라셨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 어머니는 내 앞에서 말씀을 조심하셨고 그 며느라기 시절은 언제였는지 모르게 지나가 우리는 친구처럼 수다 떨기도 하고 맛있는 것 먹으러 가기도 하며 같이 나이 들어가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만 그랬던 게 아니구나, 내가 잘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구나 하고 큰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지금 같이 살고 있는 믿음직한 남편, 사랑스러운 딸에게 매일 감사하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따뜻한 세상, 사랑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그 마음 가득 곳곳에 전하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