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여름의 기록

짧은 간병일기 3편

by 홍시

응급실에 도착한 어머니의 CT 결과는 괴사성췌장염이었다. 췌장염이 너무 심해 췌장액이 흘러나와 모든 것을 녹이고 있었다. 얼마나 통증이 심했을지 상상할 수 없다. 어머니는 급히 지혈 시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치료하기로 했다.


병원에서는 담도암이라고 의심하며 어머니의 회복과 함께 정밀검사 준비를 시작했다. 검사는 일사천리로 조직검사, 수술까지 이어졌다. 이렇게 일주일 안에 할 수 있는 것을 3주를 기다리게 한 다른 병원을 원망하고 또 원망했다.


중환자실에 핏기 없이 파리한 얼굴의 어머니를 보니 내 몸속의 피도 다 빠져나가는 듯했다. 중환자실 면회는 오후 1시 여서 근무 중간 점심시간 이용해 어머니를 보러 갔다. 20분가량 면회시간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대기한다. 젊은 자녀로 보이는 사람, 늙은 배우자를 기다리는 사람,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중환자실 면회를 위해 문이 열릴 때마다 나를 부르지 않을까 가슴 덜컹이며 기다린다. 어제 보고 오늘 보고 내일 볼 사람들 왠지 동지같이 느껴졌다. 바리바리 양손에 환자에게 줄 짐을 가득 들고 평일에만 만나는 동지들.

그렇게 만난 동지들과 종종 이는 발걸음 속에 기다리는 면회, 그 면회 시직 전 5분이 너무 길었다. 놀이공원 입장 전 시계를 바라보며 티켓을 손에 쥐고 누구보다 빨리 들어가기 위해 카운트다운 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며 아이 출산 했을 때 신생아중환자실 앞에서 면회를 위해 기다리던 생각이 났다. 출산 직후 무거운 몸을 이끌고 그때는 강서에서 강남까지 지하철을 타고 갔던 그때. 아기엄마, 아빠 1번, 2번 목걸이를 차고 홍시를 면회하던 10여 년 전 공기도 생각났다.


응급실 입원 1주일 후 어머니는 급히 날짜를 잡고 담도암 수술을 받았다. 젊은 의사는 잘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표현하였고, 그 외과의사는 6시간의 대 수술 후 출혈이 잡히지 않는 응급상황에서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병실로 찾아와 어머니를 살펴보고 진료했다. 어머니는 수술로 10kg 정도 몸무게가 줄어들었다. 기존 앓던 심장판막질환, 부정맥이 심해져 고생을 많이 하셨다. 퇴원할 수 있을까 출구가 보이지 않던 더디기만 한 나날을 거쳐 어머니는 한 달 반 정도의 병원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퇴원하였다. 어머니는 다행히 임파선 전이가 없어 담도암 2기를 진단받았다. 예방항암으로 경구항암제 복용을 시작하였다. 수화기 속으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점점 힘이 커지는 어머니를 보며 오늘도 살자! 내일도 살자! 앞으로 함께 할 즐거운 시간을 생각한다. 부질없는 한낱 꿈같은, 꼭두각시처럼 살아가는 세상에 왔지만 서로 기대어 사랑하며 살아갈 우리들. 오늘도 그 사랑으로 힘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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