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여름의 기록

짧은 간병일기 2편

by 홍시

울면서 남편이 전화 왔다. "엄마 암인 거 같대. 빨리 큰 병원 가서 검사해야 한대" 그때 아이와 밖에 있었는데 나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암일까, 아닐까 하는 마음을 절반 정도씩은 나누어가지고 있었는데 수화기를 통해 들으니 지금 내가 서있는 곳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꿈속을 걷는 듯했다. 통화를 마치고 나니 현실로 돌아와 어느새 꿈에서 깼다. 가게에 가서 두부도 사고, 시금치도 샀는데 믿기지가 않았다. 아이에게 저녁을 해 먹이려고 하루, 하루를 또 살아야 했다. 입원한 병원에서 어머니는 통증이 약간 조절되어 집으로 오셨다. 그러면서 다른 대학병원 진료를 기다렸다. 병원에 더 입원해 계셨으면 했지만 나날이 늘어가는 병원비에 어머니의 얼굴은 숫자로 가득해져 있어 내가 더 간곡히 권유할 수 없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병원진료의 날, 어떤 검사를 하라고 할까. 당장 입원하라고 할까? 집에서 진료를 기다리는 동안 어머니는 황달이 더 심해져 이전보다 노란색으로 얼굴과 몸이 물들어 있었다. 등으로 뻗치는 통증, 복통은 더 심해져 몸을 웅크리고 지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의사는 어머니를 마주 대하자마자 뭘 먹었냐며 한 달 동안 뭘 먹었는지 다 말해보라고 죄인을 심문하듯이 다그쳤다. 예상밖의 의사의 태도에 너무 놀랐지만 어머니에게 빨리 생각해 보시라며 나 또한 어머니를 다그쳤다. 그동안 드셨던 것들은 양배추 김치, 레몬즙, 짜 먹는 올리브오일, 여주환 등 요즘 유행하는 당연히 의사가 눈에 쌍심지를 켤만한 식품들이 줄줄이 나왔다. 의사는 췌장염이 심하니 음식 조심하고 다음 주에 오라며 처방전 한 장 써주고 우리를 내보냈다. 어머니의 증상을 알아볼 정밀검사, 심한 통증을 가라앉혀줄 진통제 하나 받지 못한 채 병원을 떠나 집으로 왔다 기운이 더 없어진 어머니는 매일 작은방 소파에 누워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다음 진료날을 기다렸다.

하지만 황달증상, 복통이 심해지기에 어머니보다 내가 더 불안했다. 집안에 언제 터질까 모르는 시한폭탄을 두고 나오는 것 같았다. 일하러 버스를 타고 정류장에 발을 딛는데 무거운 추처럼 들기 어려웠다. 병원 외래에 전화해 증상이 심해지니 일정 좀 당겨달라고 했지만 실패로 돌아갔고 지난번처럼 응급실로 무작정 밀고 들어가기에는 어머니의 컨디션이 더 나빠질까 봐 할 수 없었다.

2025년 9월 8일 오전 어머니한테 전화가 왔다.

"미란아 너무 아파"

보통 전화가 아님을 나는 바로 119에 신고하고 집으로 갔다. 그때 나의 근무지는 병원이었는데 이 병원으로 바로 오지 못한 어머니가 극심한 통증으로 죽어가는 것이 너무 원망스러워 눈물이 쏟아졌다. 집에 도착한 어머니는 119 구급차에 타고 있었고 식은땀으로 입은 옷의 절반이 뿌옇게 젖을 정도로 복통이 심했다. 진료를 기다리던 병원, 이전 입원했던 병원은 다 받아줄 수 없다고 연락이 왔다고 한다. 그 순간만큼은 세상을 저주했다. 서울 한복판에서도 받아줄 수 있는 병원이 없다는 현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ㅇㅇ 병원으로 가요. 거기서 오라고 합니다"

구급대원이 외쳤다.

"빨리요. 제발 빨리 어디든지요"

어머니 손을 잡고 마음으로 울고 또 울었다. 구급차를 타고 가는 10분이 100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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