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간병일기 1편
어머니가 입원하셨다. 복통이 있어 참고 참다가 겨우 병원에 가니 췌장염이란다. 며칠 입원하면 괜찮아질 거라고 아버지의 목소리가 전화기 넘어 들려왔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서울 병원으로 모시고 와야 하는 게 아닌지 의논했다. 남편은 '주말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했는데' 하며 어머니랑 통화했고 복통이 심하다 하시기에 전 직장 후배에게 연락해 요즘 병원 상황이 어떤지 물어보았다. 마침 후배가 소화기내과 파트 전담간호사로 있었고 검사결과지를 들고 병원으로 오라고 했다. 그래서 금요일 남편은 휴가를 쓰고 어머니를 모시러 갔다. 소화기내과 진료가 어려우면 기존 예약되어 있던 내분비내과를 통해서라도 입원하리라고 지금 생각해 보면 엄청 커다란 꿈을 꾸고 있었다. 2주 만에 본 어머니의 얼굴은 샛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황달 증상, 심한 복통, 찡그린 얼굴, 어머니를 뵙자마자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남편이 차에서 어머니를 부축해 내리자마자 준비했던 휠체어를 밀고 외래 진료실 복도 끝까지 달렸다. 내분비내과 담당의는 평소 진료하던 환자인데도 지금 증상은 진료과목이랑 상관없다며 하지만 응급실 협진은 써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응급실 협진을 손에 들고 당당히 1시간 정도만에 입성하게 되었다. 혈액검사, 엑스레이 등 순조롭게 진행됐다. 근데 어머니가 가져온 혈액검사지, 그리고 지금 받았던 검사 수치가 좀 이상했다. 췌장염이라면 보통 아밀라아제 등 소화효소 수치가 높고 염증 수치가 높기 마련인데 어머니는 거의 정상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호소하는 통증은 너무 심했다. 그래서 다시 시티 판독을 맡기고 하염없이 기다렸다. 진통제를 달라고 콜 벨도 계속 눌러댔다.
그러면서 어느새 데이번에서 이브닝번으로 인계하는 시간이 되었다. 어머니는 이리 누워도 저리 누워도 통증이 심하여 안절부절못하고 식은땀만 흘리셨고 그러다 진통제가 들어가면 잠시 숨 고르듯 짧은 잠에 빠져드셨다. 간호사가 "판크레아틱 캔서 의심으로..."라고 인계하는 순간 머리를 댕댕 울리며 정신없이 폭풍이 휘몰아쳤다. 췌장암??? 그래서 빨리 후배에게 연락했다. 영상 판독이 나왔냐고.. 영상 판독 결과에는 췌장암, 담도암 보다 췌장염으로 의심된다라고 쓰여있었다. 근데 왜 인계를 그렇게 했지? 하고 이상한 마음을 누르며 남편과 바통 터치하고 아이를 돌보러 집으로 나섰다. 남편한테는 절대로 응급실 못 나간다고 입원시켜 달라고 떼쓰라고 주문을 내려놓고 말이다.
하지만 안 좋은 일은 왜 한꺼번에 닥치는지... 내가 믿었던 후배는 마침 그날 쉬는 날이라 병원에 없었고, 소화기내과 교수가 안식년에 들어갈 예정이라 환자를 줄여 받고 있다고 한다. 남편은 의사로부터 지금 해줄 것이 없으니 당장 나가라고 했다고 퇴원해야 한다고 소식을 전해왔다. 어머니가 15년 동안 정기적으로 부정맥, 판막질환으로 순환기내과진료를 받던 병원인데 여기서 나가면 어디로 가라는 것인가 앞이 깜깜했다. 운전대를 잡고 있는데 어디 갓길에 세워야 하나 할 정도로 정신이 아득해져 왔다. 형님에게 도움을 요청해 전원 갈 병원을 알아봐 달라고.. 지금 내가 사는 지역 근처, 지금 있던 병원 근처로 119 통해 전원병원을 알아보고 직접 전화도 해봤다. 하지만 통증이 극심한 췌장염 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병원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다 생각난 한 병원. 얼마 전 아이 친구 엄마가 위염으로 119 타고 응급실을 다녀왔다고 했다. 그곳에 전화하니 받아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일단 와보라고 했다. 그래서 그 병원을 향해 남편과 어머니는 꽉 막히는 퇴근길을 강남에서 강서로 이동하게 되었다. 한 시간 반을 걸려 도착한 병원에서 또다시 시작된 검사, 하지만 입원은 해주겠다고 하는 우리에게 구세주 같은 병원이었다. 어머니는 응급 검사를 마치고 간호간병통합 병동에 입원하게 되어 우리들은 연고도 없는 아무도 없는 곳에 어머니를 혼자 두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병동은 면회가 일요일 한번뿐이라고 하여 나는 수시로 간호사실에 전화하여 간호사들을 귀찮게 했다. 누렇고 파리한 힘없이 쳐져있는 어머니가 자꾸 생각나 눈물이 났다. 진통제를 계속 맞으며 조금 상황이 호전된 어머니는 전화를 이제 받으셨다. 그 사이 나는 누가 들으면 알만한 정도의 병원 진료를 잡으려고 전화를 돌리는 중이었다. 그래 이 정도 병원은 되어야 치료받을 수 있지라며 빅 5 병원 전화번호를 순서대로 전화하여 예약을 잡았다. 그리하여 너무 운 좋게 그 주에 삼성서울병원, 다음 주에 세브란스병원 진료를 잡고 신나는 마음으로 가족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어머니에게도 이제 진료도 빨리 잡았으니 나을 일만 생각하시라며 의기양양해했다. 지금 입원한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빨리 복부 MRI 찍어보는 게 좋겠다며 검사를 서둘렀고 남편을 호출했다. 병원에 있는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