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가 있지
최근에 마포여성동행센터에서 열리는 모녀생애구술사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엄마와 3번의 인터뷰를 진행하였고 각 인터뷰를 마칠 때마다 프로젝트 팀이 모여 같이 나누고 피드백을 받았다. 피드백 내용을 바탕으로 다시 인터뷰, 편집, 정리를 반복하는 작업을 통해 5명의 이야기가 책으로 발간되었다.
그 인터뷰를 진행하며 추천 도서 목록도 있었는데
1. 니는 딸이니까 니한테만 말하지 - 김은화
2. 나는 엄마가 먹여 살렸는데 -김소영, 박하람, 홍아란
이 2권은 딸세포출판사에서 발간한 모녀생애구술사 책들이다.
가장 사적인이야기가 가장 공적인 이야기라고 북토크 때 김은화 님이 말씀하신 것도 인상 깊었다. 왜 엄마들의 이야기는 전해지지 않을까? 엄마는 왜 그럴까? 하지만 엄마의 이야기들은 곳곳에서 같은 모습으로 딸들에게 들려진다. 어! 울 엄마도 그렇게 말했는데. 울 엄마도 그랬었는데! 하고 말이다.
그리고 하재영 작가 책을 추천받아 읽었는데 너무너무 좋았다.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1.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2. 친애하는 나의 집에서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에서 이런 부분이 있다.
"세상은 한 사람의 성패를 자주 어머니의 공과로 치환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명문대에 입학한 자식의 어머니에게 비결을 듣고 싶어 한다. 반면 어떤 의미로든 패배했다고 여겨지는 이의 어머니는 이야기할 수 없을뿐더러 실패의 책임을 떠안는다. 엄마는 나의 콤플렉스에 책임감을 느낀다... 중략... 내가 자신감을 잃으면 엄마는 오래전 나를 질책했던 일을 떠올린다. "너를 너무 억눌러서......" 오랜 세월 정신의학은 정신병리의 원인 제공자로 어머니를 지목함으로써 " 엄마 때문이야."라는 말에 근거를 부여했다. 범죄, 우울증, 인격장애, 조현병, 심지어 동성애에 이르기까지 어머니는 모든 것의 이유였다.
p 122-123 [세 번째 앨범: 여자가 여자를 키우는 데에는 모순이 있다.]
피드백을 받고 추석 때 마지막 인터뷰를 준비하던 중 "엄마 때문이야" 하고 엑셀을 부아앙 하고 밟은 사건이 있다. 지난날 참고 있던 마음속의 쌓아두었던 말들을 꺼낸 것이었다. 엄마랑 속시원하게이야기하고 보니 그렇게 꺼내놓는 일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엄마도 엄마의 말을, 나도 나의 말을 했다. 마지막 인터뷰를 본 모임 사람들이 어떻게 그럴 수 있었냐고 어려운 일을 했다고 솔직했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엄마이기에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 아니냐고 아빠에게는 그런 걸 바라지 않지 않냐고 말하기도 했다. 그 말이 충격적이기도 했다. 나도 아이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주는, 자식만 바라보는 어머니를 거부하면서 왜 엄마에게는 희생을 바랐을까? 왜 엄마에게만 그랬을까? 아빠한테는 그렇지 않았는데... 내 안에 뿌리 박힌 고정관념이 여전히 자리 잡고 있음을 깨달았다. 엄마에게 가졌던 마음이 훨훨 날아가 버렸다. 지금 모습 그대로의 엄마를 존중하며 마주 손잡고 나아가기로 한다.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에는 이런 부분이 나온다.
집에 대한 나의 이야기는 자기만의 방을 갈망하는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중략.... 공간을 소유하는 것은 자리를 점유하는 일이었다. '나는 누구인가?' 하는 물음만큼이나 '나의 자리는 어디인가?' 하는 물음이 나에게는 중요했다. 집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집에서의 내 자리'를 인식하는 일이었다. 사회도 물리적으로는 하나의 거대한 장소이므로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나의 위치도 자리의 문제였다. 이것은 하나의 화두가 되었다. 넓게는 이 세상에서, 좁게는 이 집에서 나이 자리는 어디인가?
p 129-130 [7 서재의 주인 나의 자리, 엄마의 자리]
이야기는 버지니아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읽고 느꼈던 감정, 그 글을 읽고 썼던 글, 글과 생각을 공유했던 글쓰기 모임 사람들과 나눴던 이야기하고도 겹치고 또 이어진다. 우리 집도 아빠방에서 티브이방으로 이름을 수정했지만 처음 이름 붙였던 아빠방의 뿌리가 깊어져 버렸고 엄마집을 가도 엄마는 거실, 아빠는 안방을 침실로 쓰고 있다. 하지만 친정집은 엄마집이라는 이름을 어느새 달았다. 나도 나의 자리라고 이름 붙인 곳은 남편이 항상 앉아 책을 보던 탁자와 의자의 공간이다. 남편은 책을 볼 때 나는 항상 집안일, 육아를 하며 앉아있는 그를 보고 속으로 불평불만을 했다. 이제 내가 그곳에 앉아 글을 쓰고 남편이 주방일을 한다. 무엇인가 사이다 같이 쑥 내려가는 그림이다.
오디오북으로 근무할 때 듣다 보니 여러 종류의 책을 들어본다. 고전, 지식, 에세이 등등, 아무래도 관심 있는 주제의 책이 더 잘 들리는 법이다. 그런 주제의 책은 단어 하나하나 나를 사로잡고 옴짝달싹 할 수 없게 한다. 그 책중의 하나인 하재영 작가의 책들은 오디오북으로 듣고 너무 좋아서 책으로도 구매하였다.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가 있지 감탄하며 말이다.
나도 그런 글을 쓰고 싶다. 많이 읽고 쓰고 나누어야지. 한 번 더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