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받을 수 있었던 비결
나를 비롯한 많은 친구들이 보면서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영화가 바로 <기생충>이다. 이 영화는 ‘빈자는 선하고 부자는 악하다’라는 불문율을 정면으로 맞받아친다. 영화에서 이선균과 조여정 부부는 부자이면서 선하게 나오고 송강호 가족은 가난하면서 악하게 나온다. 그들은 부자를 먹잇감으로 생각하고 달려들어 기생충처럼 이용해 먹을 생각만 한다. 그들은 그걸 위해 거짓말을 일삼고 나중에는 범죄까지 저지른다.
사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에게 피해를 입혔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다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돈을 빌려가서 안갚고, 근거없는 나쁜 소문을 퍼뜨리고, 유튜브에 악플을 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좋은 집에서 자란 사람들은 어렸을 때는 대부분 이선균 조여정 부부와 비슷하다. 사람을 잘 믿고 거리낌없이 자신의 집을 오픈한다. 부족한 것 없이 자랐기 때문에 특별히 사람에 대한 적개심도 없다. 하지만 그것을 이용해 가난한 사람들이 이용해 먹으려고 하면서 상처를 받고 점차 폐쇄적으로 변해간다. 그리고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하고만 지내게 된다. <기생충>에서 이선균 부부에게 일어난 일을 겪으면 어느 누가 가난한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하겠는가? <기생충>은 그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줬기 때문에 외국어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아카데미상까지 받을 수 있었다고 본다. 이제 ‘빈자는 선하고 부자는 악하다’라는 프레임은 그만 좀 씌웠으면 좋겠다.